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내정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저격수'로 불린 김 전 본부장이 임명권자인 오 시장의 의지로 두 번의 도전 끝에 SH 사장에 인선된 것이다. 김 전 본부장 임명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이 시의회 의석 다수를 점하고 있어 인사청문회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SH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후보자 2명을 추천받아 인사 검증을 거친 끝에, 김 전 본부장을 내정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최종 임명까지 시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남아 있지만, 비회기 중에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SH 사장 공석이 장기화하고 있어 조속한 인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시의회와 협약으로 진행하는 인사청문회 취지를 감안, 향후 일정에 대해 시의회와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SH 사장직을 놓고 총 세 차례의 공모를 진행해 왔다. 1차 공모에서 오 시장은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을 내정했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 보유 논란이 커지면서 김 전 의원이 자진사퇴했다. 이후 진행된 2차 공모에선 오 시장이 임추위가 추천한 2명의 후보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김 전 본부장은 2차 공모에 지원해 당시 유력 후보로 점쳐졌지만, 임추위 면접 단계에서 낙제점을 받아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오 시장은 김 전 본부장에게 SH 사장 응모를 먼저 제안할 만큼 중용에 강한 의지를 내비쳐 왔다. 지난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오 시장은 "아파트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김 전 본부장 같은 분을 모셔서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판단했다"며 "(SH 사장) 응모를 제안했고 다행스럽게도 그분이 거기에 응해줬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오 시장이 자기 사람을 고수하다 SH 사장 공석 장기화를 초래했다"며 비판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본부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시의회에서 후보자를 반대하더라도 이를 구속하는 규정이 없어, 큰 흠결이 부각하지 않는 이상 오 시장은 김 전 본부장을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