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대장동' 이재명 바라보는 靑 복잡한 속내

입력
2021.10.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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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후보 유력 이재명과 관계 설정 고심
'청와대 회동' 통해 與 주자 힘 싣기 가능성

청와대가 오는 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 계승과 발전을 위해 '미래 권력'과의 협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종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비(非)문재인계 인사에다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점은 '포스트 문재인'과의 관계 설정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면서 문 대통령 지지층과 긴장 관계를 형성해왔다. 이 지사가 이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앞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지원과 친문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문 대통령이 이 지사를 포용하고 이 지사도 '정부와의 차별화'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청와대로선 이 지사가 관계 설정에 ‘편한 상대’는 아니다.

대장동 의혹이 정부의 역린인 부동산 문제와 직결됐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은 대장동 의혹이 지방정부와 정치·법조계 등이 얽힌 총체적 부동산 비리인 만큼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전모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일부 청와대 참모들의 만류에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배경이다.

청와대는 이번 의혹이 문 대통령을 '부동산 투기 정국'의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여야 대선 정국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국정운영에 방해가 될 정도로 대장동 의혹이 비화할 경우 국정 책임자로서 수습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LH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통한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당분간 청와대는 대선 정국과 대장동 의혹에 대해 신중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에 대한 메시지를 두고도 당에서조차 "이 지사를 겨냥한 게 아니냐"라는 식으로 곡해되고 있는 만큼 추가 메시지는 자제할 방침이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 입장에서도 친문 성향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 비해 이 지사와의 관계 설정에 보다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이 지사가 민주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된다면 '청와대 회동'을 통해 관계 진전을 도모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의 대선주자가 청와대에서 회동한 전례가 있는 만큼 요청이 있다면 만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9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4월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청와대에서 만나 힘을 실어 준 바 있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