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함께 사회가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근무가 현실화하면서 산업 재편에 가속도도 붙었다. 신기술 분야 인재를 유치하려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을 높이지만, 대학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한계를 타개하고자 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7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대학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리고 공공성’ 세미나에서는 미래 인재상과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한 제안이 쏟아졌다. 경인행정학회가 주관하고 한국지방정부학회 등 10개 학회와 대학 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이번 세미나에는 행정학, 인문학, 공학, 의학 분야 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했다.
기조 발표를 맡은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의 세계사적, 거시적 변화가 한국사회 위기의 징후”라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통산업이 소멸되고, 도시화와 환경오염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한국은 유례없는 초저출산으로 노동력까지 급감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학력과 소득, 디지털 등 각종 분야의 격차를 심화시켰다.
주효진 가톨릭관동대 의학과 교수는 4차 산업시대에 필요한 핵심 능력으로 ‘융합’을 꼽았다. “예전엔 ‘치료제 개발’ 하면 약학과 업무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생명과학, 나노과학, 의학 등 최소 10개 분야 이상의 융합이 있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므로 어떤 기술이 미래에 각광받을지 알려면 정치‧경제‧사회‧기술‧환경 변화를 두루 파악하는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고, 이런 인재를 양성하는 게 미래 대학의 핵심 기능이 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단연 교육이다. 저출산으로 ‘노동력’은 줄어도, 노동의 질을 높이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광국 교수는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 ‘4C’를 꼽았다.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ity), 협업 능력(Collaboration), 소통 능력(Communication)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다질 수 있는 초‧중‧고 정보 교과과정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 대비해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정부 부처 간, 중앙과 지역 간 분절된 교육 체제를 협력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지금처럼 영·유아(보건복지부), 초·중등(교육청), 대학(교육부), 직업훈련(고용노동부) 등 교육 대상별로 책임 부처가 나뉘면 탄력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내에 각 부처 인재 양성 정책을 협의‧조정하는 '인재혁신전략본부'를 설치하거나, 교육 분야 디지털 자료를 수집하는 ‘디지털 교육진흥국’을 설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미래 사회 인재 배출을 위해서는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례로 대학과 기업을 잇는 산·학·연 정책의 경우, 부처별 중복 사업이 많은 데다 대부분이 일몰제로 추진돼 지속성, 일관성이 부족하다. 주효진 교수는 “국가 산학연 정책에서 여러 학문 분야 간의 융·복합이 중요하다”며 “중앙부처·지방정부·대학 및 연구소·기업 등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 교육부가 ‘코칭 센터’로서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산학연 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제시됐다. 노영희 건국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라며 “대학 실무자가 현장에서 쓸 만한 산학 협력 정보 공유 시스템이 필요하고, 보다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산학연 프로젝트별 예비타당성 조사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우수한 대학원생이 있어야 성공적인 산학연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양질의 대학원 육성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설계하길 제안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