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연내 첫 ‘화상’ 정상회담 개최 합의...갈등 완화 획기적 성과 나올까

입력
2021.10.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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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1월 취임 후 첫 양자 정상회담
인권, 민주주의, 대만, 북핵 등 견해차 커
갈등 완화 최소한의 합의 이상 나올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갖기로 전격 합의했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화상회의' 형식이지만 올해 1월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이 전방위로 치닫고 있는 미중 갈등을 완화할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에 변화가 없고, 중국 역시 인권과 민주주의, 대만 문제 등 핵심 이슈에서 양보할 뜻이 없어 미중 대결 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과 무역 갈등 등에서도 견해차가 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가 주류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양국 외교장관과 함께 2+2 고위급 회담을 연 지 7개월 만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회담 후 “양국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 일정과 관련, “계속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시기와 형식 등은 아직 미정”이라고 답했다.

취리히에서 만난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은 이날 6시간 동안 회담을 이어갔다.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포함해 대만, 미중 무역 갈등, 인권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화상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시 주석과 통화할 당시 만나고 싶다고 언급한 후 미국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월쯤 화상 정상회담이 실현된다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1개월 만에 미중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2월과 9월 두 차례 전화통화로만 대화했을 뿐 정식 회담에서 마주한 적은 없다.

이달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의 첫 만남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시 주석이 회의 불참을 통보하며 무산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말을 넘길 경우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의 중국 일정 때문에 2ㆍ4분기 이후에나 미중정상회담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 대응, 연말 종료되는 1단계 미중 무역 합의 관련 논의 등을 위해서는 화상 회담 형식이라도 빨리 만나는 게 양측에는 이득이었다. 두 정상이 회담을 내년 이후 대면 가능한 시기로 미룰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대만에 고강도 항공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대호주 핵추진잠수함 건조 지원에 대해서도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현재의 갈등 양상이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상호 마지노선을 확인하고 관리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양국 관계자들은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냉랭한 분위기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보다는 이번 취리히 회담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오늘 대화는 지금까지 만남 중 가장 의미 있고 실질적인 내용이었다”며 “미국은 오늘 회담이 미래의 만남을 위한 모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양 정치국원이 “미중 대립은 양국은 물론 세계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갈등과 대립을 피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번 취리히 회담이나 미중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미중관계의 전면적 해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 측은 “우리가 달성하려는 건 미중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그것을 책임감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지만, 대만, 홍콩, 신장 위구르, 남중국해 문제 등에서 미중 양측의 접점을 찾기는 당장 어려워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아 동맹을 규합하며 중국을 포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를 비롯한 공급망 문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이슈 등 경제 현안 전반에서도 난제가 첩첩산중이다. 이 때문에 두 정상이 연내 화상 대면을 하더라도 극단적인 정면 충돌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협력에 합의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