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녹취록 잡고 유동규 뇌물 추궁... 김만배 측은 녹취록 신빙성 깨기

입력
2021.10.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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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특혜 의혹 핵심 화천대유 김만배씨 첫 조사
정영학 녹취 속 토대로 유동규 뇌물 혐의 집중 추궁
김만배 측 "50억 약속설도 정영학이 먼저 거론한 것"
김씨 측 "녹취록 과장되고 사실 아닌 얘기 많다" 주장

검찰이 1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씨를 상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각종 돈 거래 의혹을 추궁했다. 검찰은 정영학(53)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을 토대로 김씨를 몰아세웠지만, 김씨 측은 "부풀려진 얘기"라며 녹취록 내용의 신빙성 깨기 전략으로 맞섰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김씨를 상대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에게 5억 원을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 우선적으로 조사했다. 유동규씨의 구속영장에는 올해 1월 김씨에게 뇌물 5억 원을 받은 것으로 적시돼 있다. 검찰은 공여자로 지목된 김씨 조사를 생략하고 지난 3일 유씨를 구속수감했다. 검찰은 뇌물 수수자로 의심받는 유씨가 구속된 만큼, 김씨의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유동규씨에게 대장동 개발 수익 25%를 주기로 약속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700억 원을 주기로 했다는 '700억 약정설'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김씨는 화천대유가 주주로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고, 주주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도록 해준 대가로 유동규씨에게 거액의 금품 제공을 약속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가 김씨 소유가 맞는지도 조사했다.

김만배씨는 금품 제공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700억 약정설'과 '350억 로비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수익금 배분과 비용 정산 갈등 과정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의도적으로 녹음하고 편집한 녹취록 때문"이라며 "사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208억 원의 배당금을 받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남도시공사에서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뒤 퇴직 후 유동규씨와 유원홀딩스를 설립한 정민용(47) 변호사는 검찰에 낸 자술서에서 "유씨가 이혼 자금을 빌려 달라며 '천화동인 1호는 내가 차명으로 (김만배씨에게) 맡겨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유씨가 주인이면 나한테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정민용 변호사한테 돈을 빌렸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을 거쳐 유씨에게 거액의 자금을 건넸는지도 캐물었다. 남욱(48) 변호사가 소유한 천화동인 4호에서 유원홀딩스로 건너갔다는 20억 원과 15억 원이 대표적이다. 김만배씨 측은 "35억 원은 정민용 변호사 부탁으로 남욱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투자한 돈"이라고 주장한다.

김씨는 이날 오전 검찰청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에 '정관계 350억 로비설' '유력인사 6명에 50억 지급 약속설' 등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씨 측은 50억 약속설에 대해선 "정 회계사가 정산할 비용을 부풀리면서 먼저 돈 줘야할 인사를 거론하며 김씨 반응을 유도한 것"이라며 전체적 맥락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재명 경기지사 재판 거래 의혹에는 "사법부가 그렇게 호사가들이 추측하고 짜깁기하는 생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 논란을 두고는 "회사 상여금 등 분배 구조의 틀 속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만배씨를 상대로 조사할 내용이 많아 김씨를 한두 차례 더 부를 예정이다.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