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막막할 때 열어볼 자기만의 비밀주머니

입력
2021.10.07 16:00
14면
양부현의 성장 판타지 소설 '스카치캔디 할머니의 비밀주머니'

바나나 맛, 버터 맛, 커피 맛. 타탄체크의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을 입고 백파이프를 입에 문 군악대 모습이 그려진 봉지 속에서 스카치캔디 하나를 꺼내 입에 넣으면 입 안 가득 번지는 맛이다. 언제까지고 스카치캔디의 달콤함을 즐기며 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른의 삶은 녹록지 않다.

어른들의 성장 판타지 소설 '스카치캔디 할머니의 비밀주머니' 속 주인공인 남자와 여자는 각각 기차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지도에도 없는 '단야역'에서 내린다. 지쳐가는 일상과 멀어져 가는 꿈 사이에서 방황하다 이젠 그 꿈을 포기하기로 한 여자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낚시여행을 온 남자다. 이들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신비한 강가에 세워진 하얀 이층집 앞 흔들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앉아 있는 스카치캔디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작은 주머니에서 스카치캔디 하나를 꺼내 건넨다.

"정말 포기할 수 없다면 자기만의 비밀주머니를 하나 만들어둬야 해. 그 비밀주머니 안에서 세월을 보낸 그 일이 나중에 스스로 답을 줄 거니까." 스카치캔디 할머니의 비밀 주머니 속엔 세 가지 맛 스카치캔디와 함께 주인공이 갈망했던 바로 그 답이 들어 있다. 책을 덮는 순간 선명한 새 이정표가 눈앞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