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주범 찬양하다니” “보존 가치 있어”… 포천 ‘전두환 공덕비’ 철거 난항

입력
2021.10.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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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파쇄 계획, 반대 목소리에 원점으로

경기 포천시의 ‘전두환 공덕비’ 철거 계획이 또다시 난항에 빠졌다.

5일 포천시에 따르면 시와 시의회, 시민단체는 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5월 17일 간담회를 열어 43번 국도 축석고개 입구에 있는 '호국로 기념비' 철거에 합의했다. 이 기념비는 비문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떠받드는 문구가 담겨 '전두환 공덕비'로도 불린다. 시는 파쇄 방식으로 비석을 철거하기로 하고 지난달 관련 예산 1,500만 원도 확보했다.

하지만 최근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비석 철거 반대 시위가 거세지자, 포천시는 반대 측 입장을 듣고 다시 처리 방안을 확정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보수단체들은 “모든 역사는 명과 암이 있듯이 기념비도 보존 가치가 있다”며 철거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포천시의회 일부 의원도 “고증이 없는 결정”이라며 철거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의힘 소속 송상국 의원은 “1980년대 호국로 건설 현장에 투입된 군인 2만여 명의 희생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비석인데, 전두환 찬양용 비석으로 와전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해당 비석은 1987년 12월 10일 국도 43호선(의정부~포천) 완공을 기념해 세워졌다. 비석은 높이 5m, 폭 2m 크기로 ‘호국로(護國路)’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특히 비석 아래 현판엔 '이 길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건설부와 국방부가 시행한 공사로서 ‘호국로’라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 등은 “광주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의 뜻을 찬양하라는 것이냐”며 비석 철거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2019년 비석 이전이 추진됐지만 당시에도 반대 여론이 일면서 무산됐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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