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관계 개선, 승인 대상 아냐"... 文 정부에 계속 '실천' 요구

입력
2021.10.05 13:13
美 배제, 남측 결단 강조... '갈라치기' 전략
남북 통신선 복원 이틀째, 통화 정상 진행

북한이 5일 “남북관계 개선은 승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자마자 문재인 정부의 구체적 실천을 압박하는 청구서를 내미는 모양새다.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갈라치기’ 전략도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 게재한 리철룡 조국통일연구원 연구사 명의의 기고문에서 “북남(남북)관계를 발전시키자면 남조선 당국이 민족자주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남관계 개선은 그 누구의 승인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족 내부 문제에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면 오히려 복잡성만 조성된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문제를 우리민족끼리 해결해 나갈 때만이 북남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가 지칭한 누구, 외세 등 제3의 세력은 미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무 당국자의 입을 빌렸지만, 조국통일연구원이 노동당 대남기구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인 만큼 사실상 북한 지도부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북측은 이날 기고문을 통해 남북관계에서 미국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남북 현안과 관련, 우리 정부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일일이 허락을 받지 말고,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이중잣대’를 즉시 버리라는 것이다. 남측의 이중기준 및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가 관철돼야 북미협상에 나서겠다는, 달라진 대외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날 일방적으로 끊은 남북 통신연락선을 55일 만에 복원하면서 남측에 공을 떠넘겼다. “남조선 당국은 통신선 재가동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약속 준수의 대가를 요구했다. 선결 과제는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문 정부의 이중기준 철회를 뜻한다. 정당한 군사훈련으로 인정하라는 얘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입장을 예단하지 않고 상대의 태도를 지켜보며 이 문제(중대과제)를 같이 풀어갈 것”이라며 여전히 신중론을 유지했다.

북측은 통신선 복원 이틀째인 이날도 통화를 정상 진행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ㆍ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물론,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에도 응답해 양측의 소통채널은 거의 복구됐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