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뒤흔든 코리안리거들이 다 모였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 황의조(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등이 최근 유럽 무대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지옥의 2연전'을 앞둔 벤투호의 월드컵 최종예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최종예선 2경기서 이라크와 레바논을 상대로 승점 4를 챙겼다. 2경기가 모두 홈에서 열렸음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대표팀은 시리아와 홈경기를 치른 뒤 다시 중동으로 장거리 이동해 이란 원정에 나서야 한다.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0시 30분 이란 테헤란의 '원정팀의 지옥'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중동 최강 이란과 4차전 맞대결을 펼친다.
전력의 핵심인 해외파 선수들이 시차에 두 번이나 적응해야 하는 가혹한 일정이다. 게다가 상대도 만만치 않아 이번 2연전은 벤투호의 카타르행에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첫 상대 시리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1위로 한국(36위)보다 40여 계단 낮다. A조 순위에서도 한국은 이란(승점 6)에 이어 2위(승점 4)에 자리해 있고, 시리아는 승리 없이 4위(승점 1)로 처져 있다.
하지만 한국은 시리아와 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인 적이 별로 없다. 한국은 상대 전적에서 4승 3무 1패로 우위에 있지만, 1978년 첫 대결(2-0 승리)을 제외하면 이길 때 늘 1점 차 진땀 승부를 펼쳤다.
2016년 9월 치른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경기에서는 졸전 끝에 0-0 무승부에 그쳤다. 이 경기는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론이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됐다. 답답한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는 벤투 감독으로서는 시리아전에서 승점 3점 획득 이상의 '시원한 승리'를 거둘 필요가 있다.
대표팀에 소집된 유럽파들의 경기력이 최상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은 각 소속팀에서 나란히 3골씩을 기록 중이다. 이들 모두 팀 내 최다 득점자다. 황희찬은 5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비대면 유튜브 기자회견에서 “(이란 원정이)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비길 생각도 없다”며 “시리아전에서 먼저 승리한 뒤 그 분위기를 이란전까지 이어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만 유럽파들의 컨디션 관리가 변수다. 손흥민, 황의조, 김민재의 경우 5일 귀국해 이틀 뒤 열리는 시리아전에 나서야 한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당시 세 선수는 이라크전이 열리기 이틀 전 귀국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경기에 나섰다가 손흥민이 부상이 시달렸다. 또다시 강행군을 소화해야 하는 유럽파 선수들이 얼마만큼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변수다.
안방에서 시리아를 상대한 바로 다음날, 벤투호는 '지옥의 이란 원정길'에 오른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에서 9승 9무 13패로 밀린다. 게다가 해발 1,273m의 고지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은 한국에 난공불락의 요새다. 한국은 이곳에서 단 한 번도 이란을 이겨본 적이 없다. 한국은 홈경기를 포함해서도 최근 6경기(2무 4패)째 이란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극성스럽기로 악명 높은 이란 축구 팬들의 응원 소리가 예전보다 작을 것이라는 점은 벤투호에 다행이다. 아자디 스타디움은 최대 10만여 명이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홈 관중 1만 명만 입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