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군납 품목의 경쟁입찰 도입에 나서자, 강원도를 비롯한 군 부대 밀집지역 축산농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저가 경쟁입찰로 군 장병 식단에 수입 농축산물 등장이 불가피하고, 지역 농축산업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란 우려에서다.
춘천철원화천양구축협이 4일 공개한 육군 모 사단의 식재료 구매 전자입찰 공고를 보면, 입찰품목에 스페인(목심)과 미국(목전지), 프랑스(삼겹살)산 돼지고기가 등장했다.
이 부대의 입찰에선 아예 한우는 사라졌다. 대신 뉴질랜드와 호주, 미국산 갈비와 사태, 양지, 분쇄육이 품목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번 입찰은 예정가격의 84.245% 이상을 써낸 곳 가운데 최저가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농가에선 가격이 저렴한 수입 농축산물이 군납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축산물 군납조합협의회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협의회엔 군부대에 축산물을 납품하는 40개 축협과 품목조합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협의회는 "국방부가 군 급식 개선안의 핵심으로 내세운 경쟁입찰의 실체와 폐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대기업 식자재 업체와 축산물 수입업자를 위한 경쟁입찰 전환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현행 군납 조달방식은 국내 농가들이 계약, 생산한 축산물이 공급돼 품질과 위생·안전에 문제가 없지만 외국산은 이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협의회는 또 "축산물을 부위별로 수입국까지 세세하게 지정한 것은 특정 납품업체의 재고현황을 해당 부대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방부는 올 들어 일부 부대에서 부실 급식 파동이 이어지자 5월 장병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을 출범시키는 등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경쟁입찰을 도입할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