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취임…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해소가 숙제

입력
2021.10.01 23:07

안호상(62) 전 국립극장 극장장이 세종문화회관 신임 사장으로 1일 취임했다. 다만 안 사장의 인선을 놓고 문화계 일각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인사"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공연장을 회복시키는 한편 취임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서울시는 현재 공석인 세종문화회관 사장에 안 사장을 1일부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임기는 2024년 9월30일까지 3년이다. 안사장은 예술의전당 예술사업국장과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서울문화재단 대표 등 국내 주요 문화예술 기관을 두루 거치며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예술경영 전문가다.

이런 경력 덕분에 세종문화회관에서도 안 사장의 취임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다. 비공연인 출신으로서 회계 전문가였던 김성규 전 사장에 비해 그 누구보다 공연계 생리를 현업에서 봐 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계속된 팬데믹 상황으로 악화된 공연장 경영 사정을 개선할 구원투수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 또한 광화문 광장과 연계한 '세종문화회관 2.0' 시대를 여는데 적임자라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박근혜 정부 당시 불거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변수로 떠올랐다. 정식 취임 전 안 사장의 내정 사실이 전해지자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등 예술단체는 "안 사장은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깊게 연루돼 있는 인물"이라며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28일과 30일에 걸쳐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하는 등 비판의 강도를 높여왔다.

서울시는 안 사장의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에서 발족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보고서에 안 사장에 대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졌다는 것이다. 다만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한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안 후보자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낸 바 없다"고 지적하면서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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