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남한에 '이중 기준'이라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25일)와 10월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의지를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29일) 등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미국과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압박에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의 도발로 대응하지만 경제난과 군비 경쟁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군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군비 통제성 회담을 바란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0일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통신연락선 복원의 불가피성을 얘기하면서 남북관계가 빨리 개선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높다, 자기네들 내부적으로도 그렇다는 얘기를 줄줄이 하는 것 보면 특별히 시간 끌 것 같지는 않다"며 "북한이 국내 사정은 물론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든 방역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데도 (그동안) 러시아 중국 백신도 싫다, 심지어 아스트라제네카도 별로 안 좋다(고 한 것도 종합해 보면), 미국이 생산하는 모더나하고 화이자 달라는 뜻이고, 그것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돌려 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 김여정의 최근 발언을 두고 "북한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혹시 미국이 어떻게 건드릴까 봐 자위력 강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도발이라 비난받는 군사행동도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갈지 자기들도 자신이 없는 것"이라며 "남쪽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고, 그다음 막연하게 남북 교류 협력 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군사문제를 어떻게 안정화시킬지 (논의하자는 의도)"로 풀이했다.
이어 "남쪽이 올 봄에 미국에서 전략자산 비슷한 무기를 도입하자 발끈했던 북한이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으니까 미사일도 쏴봤다가 건드리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미국과 한국은 돈이 엄청나게 많아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북한은 금방 바닥날 상황에서 사실상 군비 감축까지는 아니지만 군비 통제성 회담도 하고 싶은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불가피하게 (미사일 발사) 시험도 할 수 있지만 사거리나 파괴력이 얼마 되는 것은 피차 자제하면 좋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렇게 길게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하는 것 보고 저 얘기를 먼저 가닥을 잡아놓고 무슨 종전선언이든지 이런 쪽으로 가려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신속하게 반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정 전 장관은 "우리처럼 종전선언을 제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건 북한이고, 중국도 내년 베이징올림픽 때문이라도 종전선언 문제가 속도감 있게 진전이 되기를 바랄 것이라 3국은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서도 "군사 최강대국인 미국의 최근 동아시아 정책이 완전히 중국 포위 압박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한반도 종전 문제를 시원시원하게 한국 정부나 북한 정부가 바라는 속도로 호응해 줄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우려했다.
미국과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국무위에서 해임되고, 김성남 국제부장이 입성한 것에 대해서는 "최선희 제1부상이 1990년대 초 미국 통역으로 시작해 나중에 대표, 외무성 부상, 제1부상까지 간 사람이라, 아마 일종에 너무 오랫동안 북미관계를 다뤄 조금 매너리즘에 빠졌을 수 있다"며 "외무부에서 미국 관계 업무 사람들이 돌려막기로 식상하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차원(의 인사)"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번에 국무위원이 된 김여정이 대남관계와 대미관계를 총괄하고, 아마 조직, 선동, 선전 관련된 것도 할 것"이라며 "믿을 놈은 백두혈통밖에 없으니까 막강한 권한을 줘 후계자 연습을 시키는 것"이라며 분석했다.
그 이유로 새로 국무위원이 새로 된 사람들의 업무 영역이 분명한 점을 꼽았다. 그는 "내부 총괄은 조영원인 것 같고, 국무위원에 부위원장이 된 김덕훈 총리는 경제전문가고, 박정철 등 군인들이 국무위원이 많이 됐다"며 "그만큼 군사문제가 중요하지만, 대남·대미관계 총괄로서 김여정을 앉히고, 대내적인 선전 선동 조직문제도 총괄하면서, 같은 국무위원인 김성남이 그 밑에서 실무적으로 김여정을 보좌하는 역할을 주지 않나"고 예상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조심스럽게 '꼭 임기 내 정상회담이 목표는 아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북한은 하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2월 중국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마지막 찬스고 그 전에도 할 수 있으면 11월, 12월 중에 못 할 것 없다"며 "북한이 그만큼 미국과 당장 될 것이 어렵다면 다음 문제로 미뤄놓고, 일단 남한과 관계를 복원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남한과 관계를 복원하면 여러 가지 그들이 필요한 것을 같이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령 군사문제도 이쪽(남한)에서 SLBM 성공하고,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풀리니까 겁이 나서 미국과도 관련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하든지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하든지 간에 남북 간에 빨리 그 문제를, 해결을 해놓고 그다음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물꼬를 터달라고 부탁을 하든지 해야 되겠다는 일정은 잡아놓고 있는 것 같다"며 "김여정도 담화에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