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호주 석탄광산에 ‘수소단지’ 조성 추진… "해외 석탄개발 변화 신호탄"

입력
2021.10.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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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호주 정부 석탄광산 개발 사업 불허 맞서 
바이롱 부지에 태양광 수전해 등 시설 검토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방향 전환...사업성 충분"

한국전력이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부지에 ‘수소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롱 광산은 한전이 발전용 유연탄 채굴을 위해 지난 2010년 사업에 착수, 최근까지 약 8,000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탈(脫)탄소’ 기조에 반한다는 이유로 호주 정부가 사업 진행을 불허하자 아예 친환경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정부와 민간에서 잇따르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친환경화 선언' 속에 석탄 개발을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하는 첫 사례 격이어서 주목된다.

"광산을 수소생산 기지로 바꾼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호주 현지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바이롱 석탄광산 부지에 수소 생산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이곳에서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여기서 나오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방식', 또는 광산에서 채취한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 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포집ㆍ활용ㆍ저장 기술(CCUS)을 이용해 회수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롱 광산 주변 부지가 농업지역인 평지여서 태양광 수전해에 가장 알맞다”며 “천연가스 등을 이용한 블루수소 생산은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전했다.

사업중단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한전

현재 호주에서 한전의 석탄광산 개발사업은 좌초 위기다. 애초 목표는 광산을 개발해 25년간 650만 톤의 발전용 유연탄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허가기관인 호주 독립계획위원회(IPC)가 2019년 “석탄광산 개발은 탈탄소 등 지속가능한 개발과 어긋난다”며 사업 불허 결정을 내렸다.

한전은 이후 호주 법원에 행정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지난 14일 열린 2심에서도 기각 판정을 받았다. 국회정책예산처에 따르면 한전이 2010년부터 바이롱 석탄광산에 투자한 금액은 총 8,269억 원에 달하는데, 사업이 무산되면 자칫 이 비용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그간 한전은 활로를 뚫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해 왔다. 3심제인 호주 법원에 한 번 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3심에서 갑자기 판결을 번복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11월 유엔에서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한전이 해외 석탄광산을 개발하겠다고 3심 소송을 강행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바이롱 석탄광산을 매각하기도 힘들다. 개발이 이미 불허된 석탄광산을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사업자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전은 바이롱 석탄광산 주변을 신재생에너지 발전 부지로 전환해 현지 정부의 탄소중립 달성 기조에 부합하는 동시에 투자비도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호주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를 가진 데다, 2030년까지 수소 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지원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는 높은 일조량과 많은 천연가스 매장량으로 수소를 생산하기에 유리한 곳”이라며 “해외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호주에 적극 진출하고 있어 한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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