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시카고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루 전 일정을 취소하고 종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전화통에 매달렸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2022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산안을 둘러싼 공화당의 반대, 민주당 중도파 의원의 이견, 같은 당 진보파 세력의 불만까지 ‘삼중고’를 헤쳐 나가야 하는 형국이다.
미국 의회는 이날 내내 숨가쁘게 움직였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방지용 임시지출 예산안 통과, 미국 국가부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기 위한 부채 한도 유예 법안 처리, 각각 3조5,000억 달러(약 4,140조 원)와 1조2,000억 달러(1,420조 원) 규모인 사회복지 예산과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예산안 처리가 엮여 있었다.
네 가지 사안이 모두 연계돼 있는 만큼 여당인 민주당은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지출 예산안에 합의해 30일 오전에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원 표결과 바이든 대통령 서명까지 이뤄지면 연방정부는 최소 12월 3일까지는 임시 예산으로 업무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30일 자정까지 처리되지 않았다면 비필수 연방정부 서비스가 중단되고 수십만 명의 공무원 등이 휴직을 해야 했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다. 임시 예산안 처리 후에도 인프라와 사회복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여야 대립과 연방정부 마비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민주당 내 조 맨친ㆍ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이 의료ㆍ교육ㆍ아동 지원 및 기후변화 대응 예산이 담긴 사회복지 예산안을 반대한다는 점이다. 민주ㆍ공화당이 50석 대 50석으로 분점한 상원 구도상 두 의원이 반대하면 예산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반면 하원에서는 진보그룹 의원들이 '사회복지 예산이 통과돼야 인프라 예산안 통과가 가능하다'고 버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맨친ㆍ시네마 의원을 직접 설득한 데 이어 이날도 의회 주최 자선 야구 행사장을 깜짝 방문하고, 백악관 보좌진을 의회에 보내고, 전화를 거는 등 설득 여론전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1월 취임 후 ‘미국 재건’ 구호를 내걸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두 예산안이 좌초된다면 정치적 타격이 심대해진다.
게다가 10월 18일 이전에 28조4,000억 달러인 부채 한도를 늘리지 못한다면 미국 정부가 사상 초유 부도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이 법안은 공화당 반대가 극심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력 발휘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