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임신 중이거나 최근 출산한 여성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라는 긴급 권고를 발령했다. 임신 여성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임신부 사이에서 확진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CDC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임신한 사람, 수유 중인 사람을 포함한 최근 임신부, 현재 임신을 시도하는 사람, 미래에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심각한 질병과 사망 등을 예방하기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CDC는 “백신 접종의 이익이 알려진, 또는 잠재적인 위험을 능가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임신했거나 임신을 고려 중인 사람은 아기와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코로나19 백신의 혜택에 대해 의사와 상담할 것을 강력하게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CDC는 지난달 이미 월렌스키 국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임신부의 백신 접종을 권고했으나 이번에는 기관 명의로 긴급 권고하면서 한 단계 수위를 높였다.
미국 내에서 임신부의 코로나19 확산은 계속되고 있다. CDC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미국에선 임신한 여성 12만5,000여 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고 이 가운데 2만2,000여 명은 입원했으며 161명은 숨졌다. 특히 ‘델타 변이’에 의한 4차 재확산이 한창이던 8월에만 22명이 사망했다. 루이지애나주 보건부는 이날 7월 중순 이후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 14명이 입원했으며 그중 6명이 숨졌고 태아 10명은 사산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임신부의 백신 접종 수준은 아직 낮다. CDC는 미국에서 임신한 여성 중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여성은 31.0%에 그친다고 밝혔다. 인종별로 보면 아시아계(45.7%)의 접종률이 가장 높았고, 흑인(15.6%)이 가장 낮았다. 라티노(25.0%)의 접종률도 평균을 밑돌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한 사람의 비율은 전 인구 대비 64.5%다. 2회 접종을 모두 마친 비율은 55.9%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