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당국자 “北, 한국과 지속적 관계 개선 추구 안 해”

입력
2021.09.30 07:36
"北 남한과의 교류 비용이 이득보다 크다고 판단"
"北 긴장 통한 주목 원해...비핵화 없이는 관계 개선 어려워"
아프간 철군 관련 "아프간과 한반도는 전혀 달라"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의 시드니 사일러 북한 담당관이 “북한은 내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한국과 지속적 관계 개선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일러 담당관은 29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간담회에서 “북한은 사실 한국과 지속해서 개선된 관계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북 간 교류가 이뤄질 경우 북한 내부에서 문화적ㆍ정치적 영향이 커져 북한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한국과의 일관된 교류로 인한 비용이 가치(이득)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까지 남북관계의 역사를 거론하면서 “북한은 한국과 교류하는 사이클을 지날 때마다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은 수년 동안 긴장을 초래하고자 하면서도 평화에 열려 있는 입장을 보이길 원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정하고 지속적인 남북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일러 담당관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한미동맹 약화 우려가 제기된 것과 관련해 “북한은 미국을 지켜봐 왔다. 북한이 이를 계기로 ‘미국은 동맹에 헌신하지 않는다’고 선전하려 한다”면서도 “북한은 결국 아프간과 한반도가 천양지차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주둔, 꾸준한 훈련과 준비태세, 최신 능력을 갖춘 군사 동맹, 미국의 한국 방어 약속 등 강력한 한미동맹과 대북 억제를 예시했다.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와 관련, 그는 “사람들은 북한의 다음 미사일 발사가 언제인지, 또는 다음 회담이 언제인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지금은 비핵화한 북한에 대한 장기적 전략 과제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한미 동맹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 전략 목표 관점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수용할 수 없다는 국제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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