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3년 넘게 출국을 금지했던 미국인 남매의 귀국을 허용했다.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이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된 지 하루 만에 내려진 조치다. 인질 정치 논란이 이어지자 양국은 ‘인질 맞교환’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사건이 냉각된 미중 관계가 일부 해빙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인 신시아 류(30)와 빅터 류(22)는 전날 상하이 주재 미국 영사관 도움을 받아 중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2018년 6월 중국 당국에 의해 출국이 금지된 지 3년만이다.
신시아와 빅터는 당시 친지 방문을 위해 어머니와 중국을 찾았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돌연 경찰에 의해 구금됐고 남매 역시 중국을 떠나는 것이 금지됐다. BBC는 “전직 국영은행 간부인 남매의 아버지는 현재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며 “아버지를 유인하기 위해 이들의 출국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사범인 아버지가 중국으로 돌아오도록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뚜렷한 범죄 혐의가 없는 남매를 볼모로 붙잡아뒀단 얘기다.
이번 남매의 귀국은 화웨이 멍 부회장의 석방과 시점이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앞서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그는 지난 24일 미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하면서 캐나다 가택 연금 상태에서 풀려났고, 이튿날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의 석방에 맞춰 간첩 혐의로 중국에 구금된 캐나다인 두 명도 석방됐다. 남매 역시 이를 계기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때문에 중국의 ‘인질 정치’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멍 부회장과 캐나다인 석방 당시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이 외교 문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질을 이용할 것이란 인상을 줬다고 우려했다”며 “또 다시 두 명의 미국인이 풀려나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출국 금지는 합법적이었고 남매 부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수사 진척 사항을 고려해 관련 법에 따라 경찰이 출국 금지를 해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정치적 인질 교환’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과 국가 안보 관계자들은 그간 중국을 떠나지 못하는 미국인들을 석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