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정치·언론·법조계 인사들과 연관성이 드러나며 공분을 사고 있지만 여야의 속내는 오히려 느긋하다. 대장동 의혹의 역풍의 최종 향배에 따라 치명타를 입는 쪽이 결정되는 만큼 상대 당과 연관된 의혹만 집중 부각하면서 정쟁의 공세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은 28일 대장동 역풍 차단에 나섰다. 의혹의 중심에 선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 수령 사실이 드러나자 탈당한 곽상도 의원을 향해, 이준석 대표가 연일 의원직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다.
국민의힘은 곽 의원의 탈당을 수용한 만큼 당 차원의 징계 권한이 없다. 의원직 박탈을 위해선 당 차원에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해야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2030세대에서 민감한 '아빠 찬스 특혜'에 대한 비판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곽 의원 압박에 나선 셈이다.
국민의힘은 "화천대유 일개 직원이 50억 원을 수락했는데, 아수라 판을 열어 놓은 건 이재명 경기지사"(김기현 원내대표)라며, 연일 이 지사의 특별검사제 도입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겨냥한 '이재명 게이트'라는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법)상 배임 혐의로 이 지사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가세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대장동 의혹의 몸통은 이 지사"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곽 의원의 아들 퇴직금 논란을 계기로 국민의힘에 역공을 시도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화천대유는 누구 거냐고 하는데, 국민의힘은 자기들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특검 요구에는 "검찰과 경찰이 신속한 수사로 문제를 정리하길 바란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곽 의원 아들 퇴직금은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이었던 아버지에게 준 뇌물로 보는 게 국민상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 지사의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의 보좌관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 대표라는 사실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이 지사가 본선 직행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대선주자 보호를 위해 정치적 파장 최소화에만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대장동 의혹을 두고 프레임 싸움에만 몰두하는 것은 진상 규명보다는 당장 대선에 미칠 영향에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곽 의원 아들 논란으로 반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특검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지 않는 배경에는 석연치 못한 구석이 있다는 인식을 유권자에게 심어주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야권 관계자는 "역대 대선에서도 각종 게이트 논란이 있었지만, 대선 전에 진상이 드러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