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곳곳이 최악의 전력난으로 어수선하다. 하지만 양상이 다르다. 동북지역은 정전과 단수로 주민들이 고통받는 반면 동남부지역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조업차질을 감수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겪는 북쪽 지방의 아우성이 생산이 중단된 남쪽 지방의 불만보다 더 커 보인다. 사태가 커지자 당국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민생 전력 수요를 보장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지난해 중국의 발전량 대비 화력의 비중은 68%에 달했다. 이어 수력(18%), 풍력(6%), 원자력(5%), 태양열(3%) 순이다. 자연히 화력발전의 저렴한 원료인 석탄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전력기업연합회에 따르면 9월 16~23일 발전용 석탄 가격은 톤당 1,086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연초와 비교해 56% 상승했다.
반면 전력 수요는 대폭 늘었다. 동북지방 랴오닝성의 경우 올해 1~8월 전력 사용량은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그로 인해 전조 증상이 나타났다. 전기사용을 줄이고자 이달 10~23일 랴오닝성은 9차례 순차적 전기사용 조치를 발동했다. 이 조치는 2만3,196개 기업에 적용됐다. 나름 질서 있게 전력사용을 조절한 셈이다.
다만 석탄 가격 급등은 예상된 변수다. 중국 정부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호주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하지만 유독 랴오닝성과 지린성 등 중국 동북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정전에 단수가 겹쳤다”, “변기 물도 못 내린다”, “신호가 안 잡혀 휴대폰조차 못 쓴다”, “밥을 해먹을 수도 없다” 등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원성이 극에 달했다.
풍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동북지역의 지형적 특성이 전력난을 부채질했다. 경제지 제일재경은 27일 “랴오닝성에 23~25일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 발전이 급감하는 바람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며 “풍속이 약할 때는 아예 발전기를 돌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동북 3성 지역의 전력생산에서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랴오닝 17.4%, 지린 18.3%, 헤이룽장 19.8%로 전국 평균(6%)보다 3배가량 많다. 화력발전의 대체수단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반면 전력제한으로 생산시설이 멈춘 동남부 공업지역의 풍력발전 기여도는 장쑤성 1.8%, 저장성 2.2%, 광둥성 4.7%에 불과하다.
전력난보다 더 화를 돋운 건 주민들을 깔보는 듯한 당국의 무성의였다. 지린성 지린시 당국은 26일 “국가전망(國家電網ㆍ우리의 한전)의 요구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불시에 사전계획이나 통보 없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내년 3월까지 정전과 다수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화급히 놀란 일부 주민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고작 양초 100개를 샀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이 같은 조치는 전력 관리 절차를 어겼다.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먼저 비필수 수요를 차단하고 이어 공장 등 생산과 관련된 수요를 줄인 뒤에 정 안 될 경우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제한해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불만이 고조되자 지린시는 27일 다시 공지를 내고 “시급히 정전과 단수 조치를 발표한 것은 많은 주민들이 적시에 준비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며 “하지만 표현이나 내용이 여러모로 적절치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사과했다.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민심을 수습하려 중앙 정부도 나섰다. 국가전망은 “시진핑 주석이 밝힌 에너지 안전 중요담화의 정신을 관철할 것”이라며 “최대한 정전을 피하고 민생과 발전, 안전의 마지노선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력 공급 보장 책임을 엄격히 시행하고 각종 비상대책을 보완해 지역을 초월한 전력망의 우위를 충분히 발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동북지역에서 무분별한 정전사태를 방지하고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원해 전력사정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신문망은 “기업의 전기사용 시간을 배분하고 정전을 막아 민생 에너지 수요를 보장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