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모두 5명인 A사는 초저지연 영상 스트리밍 기술 개발 업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커지자 A사에 일감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규모가 작은 회사다 보니 개발 전담 직원은 단 2명뿐이었다. 주52시간 제도를 '칼같이' 지키면서 개발 작업을 제때 끝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근로자 36명 규모의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업체 B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B사 연구개발 직원들은 일단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1주에서 1개월까지 집중근무에 들어간다. 이 기간 동안에는 야근과 특근을 반복하는 일명 '크런치모드'에 접어든다.
주52시간 근무제가 7월부터 50인 미만(5~49인 사업장)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일정 정도 적응을 끝냈지만, 규모가 영세하거나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중소 스타트업 업체들에겐 여전히 버겁다. 특히 '9 to 6(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와 거리가 먼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7일 'IT·소프트웨어 기업 등의 유연근로제 사례집'과 '근로시간제도 질의답변(Q&A)' 책자를 사업장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단기간에 성과를 올려야 하는 IT 벤처들의 특성상 일률적으로 근무시간을 정하는 건 지나친 규제란 비판을 달래기 위한 시도다.
A사의 경우에는 우선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을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일자리에 청년을 채용할 경우 정부는 6개월간 매월 19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또 직원들에겐 '의무근무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까지 의무근무시간에는 반드시 일해야 하지만, 그 외 시간은 자율근무다. 마지막으로 하루 몇 차례 반복되던 보고, 회의 등도 하루 한 차례로 제안했다.
B사에는 '2주 단위의 탄력근로시간제'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2주 동안 평균 주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업무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평균을 내는 단위를 1개월, 6개월 등으로 다양하게 정할 수 있어 업무량이 폭증할 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하루 중 업무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개인외출 및 흡연 금지 등 규칙을 정하는 집중근무제, 반반차(2시간) 제도 도입 등도 업무 효율화 수단으로 제시됐다.
고용부는 외국인 노동자 부족 등으로 인력난이 심각한 금형, 주조 등 뿌리산업 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별 맞춤 설명회도 준비 중이다. 박종필 고용부 근로감독단장은 "탄력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다양한 유연근로제 방식이 있는데도 알지 못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없도록 제도 안내와 1 대 1 컨설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