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2021 회계연도 마감일(9월 30일)을 앞두고 ‘셧다운(일시 업무중지)’ 위기에 빠졌다. 미 의회 내 예산전쟁이 막바지에 달하면서다. 사회복지예산 3조5,000억 달러(약 4,110조 원)와 사회기반시설(인프라)예산 1조2,000억 달러(약 1,410조 원),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법안 등을 놓고 처리 순서와 규모 등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 민주당 내부 갈등 때문에 예산안 처리 기한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부채 한도 상향 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이론적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국가부도 선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예산안 처리의 키를 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26일 밤(현지시간)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의원들은 하원에서 27일 인프라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실제 표결은 30일로 연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초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과 27일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표결하기로 합의했던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민주당 진보파 의원들이 유급 가족휴가, 학비 지원, 기후변화 대응 등이 담긴 사회복지예산이 통과되기 전에는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한 데 대한 화답인 셈이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이날 미 A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27일 법안을 상정해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표를 얻지 못하는 법안은 절대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상황은 복잡하다. 30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10월부터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해 주요 연방기관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하원에서는 23일 연방정부에 12월 초까지 자금을 지원하고 내년 12월까지 채무한도를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을 나눠 가진 상원 통과 여부가 미지수다.
게다가 교통·통신망 건설 내용이 담긴 인프라 법안은 지난달 공화당 일부 의원의 지원을 업고 상원을 통과해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 통과만 남겨둔 상태였다. 반면 사회복지예산의 경우 25일 하원 예산위까지 통과했으나 상원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등 지도부는 두 예산안을 동시에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는 물론 민주당 내 조 맨친 상원의원 등 중도파 설득 과제도 남아 있다.
여기에 미 의회가 결정하는 미국 정부 부채 한도를 22조3,000억 달러에서 28조7,800억 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두고도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중순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미 재무부가 추가 자금을 빌리지 못할 수도 있다. 3차 방정식 이상의 난제를 풀어갈 초당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주는 연방정부가 열려 있도록 유지하고, 더 나은 사회복지예산 법안 협상을 마무리하고, 초당적 인프라 법안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 주”라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예산 규모를 줄이면서 다른 당근을 제시하는 타협안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