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의 에이스 권순우(23·세계 82위)가 6년의 도전 끝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첫 단식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국 테니스에서도 18년 만의 경사다.
권순우는 26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총상금 48만 달러) 대회 마지막 날 단식 결승에서 제임스 더크워스(65위·호주)를 1시간 36분 만에 2-0(7-6 6-3)으로 물리쳤다. 2015년 프로에 데뷔한 권순우의 첫 투어 우승이다.
ATP 투어에서 가장 낮은 레벨의 ‘250 시리즈’ 대회지만, 권순우는 이번 우승으로 한국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유럽이 강세인 세계 테니스 무대에서 ATP(250, 500, 1000) 투어 대회를 우승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선수의 ATP 투어 단식 우승은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꺾고 우승한 이형택(45·은퇴)이 유일했다. 이 역시 250시리즈 대회다. ‘대선배’ 이형택의 뒤를 이어 결승에 오른 권순우는 우승컵까지 거머쥐며 18년 8개월 만에 ATP 투어 단식을 제패한 한국 선수가 됐다.
이날 권순우의 결승 상대 더크워스도 권순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처음으로 ATP 투어 단식 결승에 오른 선수다. 전날 홈 코트의 알렉산더 버블릭(34위·카자흐스탄)에게 역전승을 거둔 권순우는 결승전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더크워스 역시 지난주 투어보다 한 등급이 낮은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 최근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은 선수였다.
승부처는 1세트 타이브레이크였다. 3-3까지 맞서다가 더크워스가 연달아 3점을 가져가 3-6으로 뒤져 사실상 1세트를 내주는 는 듯했다. 한 포인트만 더 뺏기면 끝나는 위기에서 권순우는 거짓말처럼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8-6으로 승부를 뒤집고 1세트를 따냈다.
기세가 오른 권순우는 2세트에서는 2-2에서 내리 3게임을 획득, 5-2로 달아나며 더크워스의 기세를 확실히 꺾어놨다. 권순우는 매치 포인트에서 자신의 서브가 네트를 넘어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대로 코트에 누워 얼굴을 감쌌다.
키 180㎝ㆍ몸무게 72㎏으로 테니스 선수로는 다소 왜소한 체격의 권순우는 국제무대에서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며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최근 들어 서브와 스트로크 기량 발전이 두드러진 권순우는 올해 개인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인 프랑스오픈 3회전(32강), 이형택 이후 13년 만의 올림픽 본선 출전, ATP 투어 우승 등 한국 테니스에 새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4만7,080달러(약 5,500만원)다. 우승 랭킹 포인트 250점을 받은 권순우는 자신의 역대 최고 랭킹인 57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 대회 전까지 권순우는 올해 6월 영국에서 열린 바이킹 인터내셔널(총상금 54만7,265유로) 4강이 자신의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권순우는 경기 후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조금 더 발전해서 50위, 20위,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