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이 탑승한 차량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크림반도 문제 등으로 우크라이나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배후설을 즉각 부인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교외에 있는 레스키나의 한 숲길에서 셰르히 셰피르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임고문이 타고 있던 차량을 상대로 총격이 가해졌다. 최소 18발의 총탄이 발사됐으며, 이중 10발 이상은 해당 차량을 맞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을 가한 괴한이 한 명인지, 두 명 이상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셰피르 선임고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2019년 대선 출마 전 출연했던 TV 코미디쇼의 PD였고, 대통령과 동향이기도 하다. 이번 총격으로 그는 부상하지 않았으나, 차량 운전자가 총탄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WP는 전했다.
의심의 눈길은 자연스레 러시아로 쏠린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당국이 친(親)러시아 정치인인 빅토르 메드베추크를 반역죄로 기소한 데 대한 보복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크림반도 영유권 분쟁 지속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합류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강력 반발 등 두 나라의 갈등 기류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실제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외국 특수기관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집권여당 ‘국민의 공복’의 올렉산드로 코르니엔코 대표는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셰피르 선임고문) 뒤를 밟았을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외국에서 테러공격을 조직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셰피르 선임고문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재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최고권력층을 위협하려는 목적에서 나를 살해하려 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매우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절대 위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도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내 친구의 차량에 총격을 하고, 나한테 ‘안녕’이라고 말한다는 건 매우 나약한 행동이지만, 강도 높은 응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격 배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범죄자 및 영향력 있는 대규모 금융 그룹과 싸우는 방향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배후설과 관련해 “현실과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내에서 감정 격화로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목적을 포함한 범죄와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는 공격으로 부상당한 운전자가 신속히 완전한 회복을 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