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문제가 다른 나라들에 여파를 미치기 전에 완전히 망가진 양국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총회 개막을 앞둔 20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이 촉발한 신냉전 체제를 우려하며 양국 정상들에게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 공산주의 진영 간 냉전시대를 언급하면서 오늘날 미중이 구축한 지정학적·군사적 전략이 세계를 분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신냉전은 과거와는 다르겠지만 아마도 훨씬 위험하고 한층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영국·호주가 출범시킨 3자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를 두고는 “미중 관계라는 복잡한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라고 평했다.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해 프랑스와 뉴질랜드 등 동맹국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미국과 중국이 인권, 경제, 안보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더라도, 기후 문제와 무역·기술 분야 등에서는 교섭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에는 건설적인 관계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과제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강대국인 미중의 기능적 관계 재정립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구테흐스 총장은 21일 개막하는 유엔 총회에서도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대유행,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국제사회의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저개발국가에 백신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모국인 포르투갈에서는 인구 80%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반면 아프리카의 접종률은 2% 미만이라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주요 20개국(G20)이 백신 공정 배분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프간 문제에 관해선 “인도적 지원을 꾸준히 제공하는 동시에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존중하는 포용 정부를 구성하도록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