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으르렁' 켑카-디섐보, 라이더컵 팀 동료로 괜찮을까

입력
2021.09.19 09:37


미국과 유럽의 남자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 개막을 앞두고 같은 팀 내에서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선수들의 관계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라이더컵은 25일부터 사흘간 미국 위스콘신주 헤이븐의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펼쳐진다.

미국과 유럽은 선수 12명씩으로 구성되는데 미국의 경우 최근 만나면 서로 으르렁대는 브룩스 켑카(31)와 브라이슨 디섐보(28) 때문에 주위 걱정이 크다.

나란히 근육질에 장타자로 유명한 이들은 2019년 초부터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대회 당시 켑카가 선수들의 느린 경기 속도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고, 디섐보는 이 말이 자신을 겨냥했다고 판단해 '나는 규정을 어긴 것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2019년 8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 트러스트에서 다시 한번 디섐보의 경기 속도 때문에 의견 충돌이 빚어졌다. 2020년 1월에는 켑카의 복근을 두고 디섐보가 평가 절하하는 발언을 하자, 켑카가 메이저 우승 횟수가 자신이 더 많다고 맞받았다.

올해 5월에는 켑카의 방송 인터뷰 때 뒤로 디섐보가 지나가자 켑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7월에 디섐보가 캐디 팀 터커와 결별하자 켑카는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캐디 리키 엘리엇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어떻게 보면 딱히 싸울 일들도 아니지만 감정이 틀어진 둘의 신경전은 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팬들은 최근 디섐보를 향해 켑카의 이름을 다소 변형한 '브룩시'라고 외치며 놀려댔다. 그러자 PGA 투어는 선수를 비하하는 언행을 하는 팬들은 대회장에서 퇴장시키겠다고 경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불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팀 내 단합이 중요한 라이더컵에서 이들이 한 편이 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당연히 나온다. 미국 NBC 방송의 해설가 폴 에이징어는 둘의 관계를 지적하며 "켑카가 라이더컵에 출전한다면 대회 기간에 디섐보에 대한 감정을 묻어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골프 교습가 부치 하먼은 19일 자기 아들인 클로드 하먼 3세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 나와 "아예 둘을 첫날 한 조로 묶어서 내보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먼은 "첫날부터 '이것은 라이더컵이지 너희 개인 경기가 아니다. 싸움은 다음 주에 하라'며 팀으로 묶는 것도 좋다"며 2004년 라이더컵 당시의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 조와 비교했다. 그때 미컬슨과 우즈는 같은 조로 두 차례 경기에 나가 모두 졌다.

유럽의 파드리그 해링턴(50·아일랜드) 단장과 세르히오 가르시아(41·스페인)도 안 좋은 사이로 알려졌다.

해링턴 단장의 메이저 3승 가운데 2007년 디오픈과 2008년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선수가 바로 가르시아다.

특히 2007년 디오픈에서는 연장전 끝에 해링턴이 우승했는데 이후 해링턴은 가르시아에게 '패배를 인정할 줄 모른다'고 비난했고 가르시아의 경기 매너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 팀의 상황이 미국보다 나은 것은 단장인 해링턴이 직접 단장 추천 선수로 가르시아를 뽑았기 때문이다. 해링턴은 가르시아를 추천한 배경에 대해 "우리는 확실히 오래 경쟁해온 사이지만 라이더컵은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대회"라며 "가르시아가 그동안 라이더컵에서 잘했고, 이번 선발이 우리 사이에도 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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