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언론중재법, 범죄·비리 보도까지 손배 대상… 언론자유 위축"

입력
2021.09.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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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전원위원회 의견 국회의장에 표명
"허위·조작보도 개념 추상적이고 불분명"

국가인권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17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3일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한 이 같은 의견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했다.

언론중재법에선 언론 등이 허위·조작보도로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밖에 정신적 고통을 발생케 한 경우, 언론 등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열람차단 청구권과 고의·중과실 추정 등의 조항은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왔다.

인권위는 "비판적 내용을 전달하려는 언론 보도나 범죄, 부패, 기업비리 등을 조사하려는 탐사보도까지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어 언론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명확성의 원칙' 등이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는 점과 허위·조작보도의 개념이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언론중재법이 신중한 검토를 통해 개정돼야 한다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허위·조작 보도 개념에 △허위성 △해악을 끼치려는 의도성 △정치·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 △검증된 사실로 오인하도록 하는 조작행위 등의 요건을 포함시켜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요건을 담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도록 하고 이 경우 피해자와 언론 사이의 입증 책임을 적절히 조절하도록 별도 조항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매개자인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송두환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기본적인 발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일부 조항이 과잉금지·명확성 원칙에서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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