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시험 없는 대학…가구왕이 제시한 '한국형 미네르바스쿨' 청사진

입력
2021.09.15 19:41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태재대학 설립계획 발표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5개국 돌며 수업

캠퍼스 부지는 없다. 도시 전체가 캠퍼스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도시를 돌며 공부한다. 시험도 없다. 교수는 8분 이상 발언하지 못한다. 한 수업당 수강생은 20명 이하,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세미나 중심 토론수업으로 운영된다.

공익법인 태재(泰齋)연구재단(옛 한샘드뷰연구재단)이 15일 설립계획을 확정한 미래 고등교육의 대안 모델 '태재대학'의 청사진이다. 태재연구재단은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의 설립자 조창걸 명예회장이 미래 리더 육성을 위해 2011년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조 명예회장은 이날 "매각 주식 중 100만 주를 태재대학 설립을 위해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출연각서를 제출했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태재연구재단에 개인 보유 한샘 지분의 절반인 260만여 주를 출연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총 166만 주를 출연했고 이번에 지분 매각을 통해 나머지를 기부하면 사회 환원이 완결된다. 태재연구재단은 2023년 3월 개교를 목표로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태재대학은 세계 7개 도시에 각 6개월씩 머물며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문제해결형 토론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하는 '미네르바스쿨'을 벤치마킹했다. 미네르바스쿨은 전공지식뿐 아니라 논리적 비판력과 실증적 창의력, 소통능력, 협동능력 등을 키워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4년 개교한 미네르바스쿨은 150명 남짓 신입생 모집에 세계 각국에서 2만 명 넘게 지원하며 영향력 있는 고등교육기관으로 떠올랐다.

태재대학은 별도의 캠퍼스 부지를 매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상 학생 1,000명 이하인 온라인 대학은 300평 이상의 본부 건물만 보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태재대학 이사로 선임된 구자문 전 선문대 부총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미네르바스쿨의 학습플랫폼을 태재대학에 맞게 벤치마킹하기 위해 미네르바스쿨과 협의하고 있다"며 "기존 국내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학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교법인 태재학원 창립총회에서는 '태재대학 설립준비위원회' 설치를 인준하고,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을 위원장에 초빙하기로 의결했다. 설립자인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박지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