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이 30년 전 주가를 되찾았다. 적어도 증시에서만은 ‘잃어버린 30년’을 회복한 셈이다.
14일 일본 도쿄증시의 대표지수인 닛케이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222.73엔(0.73%) 오른 3만670.10엔을 기록, 1990년 8월 1일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 증시 1부에 상장된 전 종목의 주가를 반영하는 토픽스(TOPIX) 지수도 이날 21.16포인트(1.01%) 뛰면서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2,118.87로 마감됐다. 1부 시장 상장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778조 엔(약 8,280조 원)으로 불어나 3거래일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증시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지난 3일 연임을 포기한 후 집권 자민당의 총선(중의원 선거) 패배 가능성이 줄고 경제 부흥 정책이 잇따라 발표될 것이 기대되며 ‘스가 퇴진 랠리’를 보였다. 이어 8월 하순 하루 감염자가 2만5,000명에 달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줄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살아났다. 13일 전국 확진자 수는 4,171명으로 급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새 정부가 경제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한다고 파악하고 일본 주식을 사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는 투신사 자산운용부장의 분석을 전했다. 13일 전체 인구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50%를 넘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행동 제한 규정이 완화되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처럼 순조롭게 접종이 진행될 경우 11월 초에는 원하는 국민 모두 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닛케이지수는 버블 경제가 절정이던 1989년 12월 29일 종가 기준 3만8,915.87(장중 3만8,957.44)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장기 하락했다. 2009년 3월 10일에는 7,054.9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2012년 12월 출범한 제2차 아베 신조 내각이 금융완화와 유동성 공급 정책을 첫 번째 화살로 한 ‘아베노믹스’ 정책을 펼치자 일본 기업의 이익이 개선되며 증시가 상승했고, 2018년 10월 2일에는 27년 만의 최고치인 2만4,270엔까지 올랐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급락했다가 반등해 올해 2월에는 3만 선을 돌파했다. 이후 다시 하락해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증시는 최근 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다시 랠리를 시작해 3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