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일자리, 지역에서!]  독일 스위스 '일터 기반 학습' 적용했더니...

입력
2021.09.27 04:00
13면
도제학교, 청년 구직난-중소기업 구인난 해소 '각광'
일·학습병행 참여 기업 95.3%, 학생 86.4% 만족

자동차 부품들이 설계대로 제작됐는지 검사하는 데 쓰이는 검사 기구를 만드는 성심테크는 특별한 방식으로 신입직원을 뽑는다. 채용공고를 내서 아무나 뽑는 게 아니라 '도제학교' 출신자를 채용한다. 도제학교는 직업계 고교생이 2학년부터 1년 이상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교육을 받는, 일종의 일·학습 병행 과정. 기업 입장에선 채용 직원을 재교육하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학생들은 불필요한 스펙 쌓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대신 현장 적응력을 키울 수 있는 방식이다.

도제 과정에 참여 중인 김다혜(울산공고 2학년)양은 26일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현장감이 있다”며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입사했다가 중도 퇴사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윤 성심테크 대표도 “일반 채용은 1년만 지나도 잔류율이 40%에도 못 미치는 데 반해 도제로 채용한 직원은 80%가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일·학습병행 사업’이 특성화고 직업교육과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9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기술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능력개발방법으로 평가받아 대한민국 정부혁신사례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일·학습병행은 2014년 독일, 스위스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터 기반 학습을 한국 현실에 맞게 설계한 현장 기반 훈련이다. 기업은 청년 등을 먼저 채용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학교 등에서는 이론 교육을 보완하고, 정부 또는 산업계는 이를 평가해서 자격을 준다.

초기에는 적용이 쉬운 기계, 전기전자, 정보통신 등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경영회계, 보건의료, 식품가공, 영업판매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됐다. 올해 고등학교와 대학교 재학생 1만3,435명을 4,556개 기업에 취업하도록 지원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기업 1만7,422곳, 학습근로자 11만3,125명이 참여했다.

참여자의 호응도도 매우 높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학습병행사업에 참여한 기업 95.3%, 학생 86.4%가 "직무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숙련근로자 대비 학습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수준은 훈련시작 당시 평균 51.4%에서 종료 시점에는 84.4%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제를 담당하는 한 직업계고 교사는 “다른 반은 정원이 20명 남짓인데 비해 도제반은 3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학생과 기업이 도제에 들어가기 전 서로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잡마켓(Job-Market) 과정도 신설했다. 기업에서 사전 설명회를 열거나 학생이 먼저 관심 있는 기업에 자기소개 영상을 공유한 뒤 면접 또는 현장 견학 등으로 적성에 맞는 기업을 찾는 방식이다. 지난해 시범 운영기간에만 11개 도제학교 학생 303명이 149개 기업에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앞으로 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해 기업의 핵심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