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북한에 적대적 의도 없어...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

입력
2021.09.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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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담]
"한미 인도적 지원, 북한과 협력할 준비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협의
순항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 교환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14일 “미국은 북한에 어떠한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핵화 진전과 관계없이, 한미 간 진행 중인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 특별대표는 이날 오전 도쿄 외무성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진행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북한이 우리의 다양한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후 도쿄 제국호텔에서 노 본부장과 한미 양자 회담을 한 뒤 한국 언론과의 회견에서도 같은 내용을 반복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길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이 동맹국, 특히 한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할 것을 회담에서 거듭 강조했다”면서 “북한과의 외교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증진시키고, 외교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 “비핵화 진전과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남북 간 인도적 협력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고,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미군 유해를 되찾기 위한 협력을 재개하길 희망한다”고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김 특별대표는 "우리는 여전히 대화에 개방돼 있지만, 북한의 위협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인권을 중시하는 연장선상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계속 옹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본부장은 한미 양자회담에 대해 “대단히 생산적인 협의였다”면서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외교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최근 상황’은 북한의 핵 시설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나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 본부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과 관련해선 “한미가 최근 일련의 협의를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한미의 대화 노력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열린 한미일 협의에서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과 관련한 정보 교환 및 대응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후나코시 국장은 일본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처하는 데 중요해지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3국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6월 21일 서울 회동 후 3개월 만이다. 일본 측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고 한일 정부 간 협력을 재차 요구했다. 다음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회담은 연내 미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