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심사 지연...공정위에 유감"

입력
2021.09.13 18:20
"공정위 괘씸죄 조심스럽지만 할 말은 할 것
정부가 전향적으로 산업재편·정상화 도와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노조와 지역사회 걸림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섭섭하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이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가 결론 없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낙하산'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성장금융과 관련해 이 회장은 "독립적 책임 경영을 존중해왔다"며 즉답을 피했다.

13일 이 회장은 취임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안과 관련한 산은의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9월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의 임기는 2023년까지다.

이 회장이 이날 목소리를 가장 높인 지점은 양대 항공사 결합 과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회장은 "공정위 괘씸죄에 걸릴지 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할 얘긴 해야겠다"며 "두 기업 결합은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우리 경쟁당국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터키·태국·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기업결합 승인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합병으로 소비자 주머니를 탐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국내 경쟁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이제 산업을 재편해 정상화하고 앞길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정부가 전향적으로 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 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노조와 지역사회,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이런 점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 승인에 굉장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생과 협조'를 여러 차례 강조한 이 회장은 "이번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의 금융지원 없이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몰라도, 이유여하 불문하고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내정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성장금융에 대해 이 회장은 "산은은 성장금융 지분의 8.7%만 보유한 소수지분 주주"라며 "뉴딜펀드 출자자로서 펀드 조성 목적에 맞는 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을 아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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