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섭섭하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이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가 결론 없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어서다. '낙하산'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성장금융과 관련해 이 회장은 "독립적 책임 경영을 존중해왔다"며 즉답을 피했다.
13일 이 회장은 취임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안과 관련한 산은의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9월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의 임기는 2023년까지다.
이 회장이 이날 목소리를 가장 높인 지점은 양대 항공사 결합 과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회장은 "공정위 괘씸죄에 걸릴지 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할 얘긴 해야겠다"며 "두 기업 결합은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우리 경쟁당국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터키·태국·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기업결합 승인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합병으로 소비자 주머니를 탐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국내 경쟁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이제 산업을 재편해 정상화하고 앞길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정부가 전향적으로 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합병 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노조와 지역사회,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이런 점이 유럽연합(EU) 경쟁당국 승인에 굉장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생과 협조'를 여러 차례 강조한 이 회장은 "이번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의 금융지원 없이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몰라도, 이유여하 불문하고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내정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성장금융에 대해 이 회장은 "산은은 성장금융 지분의 8.7%만 보유한 소수지분 주주"라며 "뉴딜펀드 출자자로서 펀드 조성 목적에 맞는 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