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도전 깃발 든 트럼프... ‘파괴력 커도 신뢰도는 하락’

입력
2021.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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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9·11 맞아 연일 정치 행보
바이든 겨냥 "지도자가 바보처럼 보여"
공화당 대선주자 적합도는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 발언이 잦아지고 있다. 민주당 출신 조 바이든 대통령을 때려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하고 2022년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 승리를 노리는 포석이다. 다만 공화당 내 지지율은 높아도 대선 승리를 거머쥘 것으로 믿는 지지층은 줄고 있다는 게 그의 고민 지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ㆍ11 테러 20주년인 11일(현지시간) 공식 추모식 참석 대신 다른 공개 행보를 이어갔다. 영상 메시지를 내고, 뉴욕의 경찰관 소방관을 만난 뒤 권투 경기 해설자로 나서는 식이었다.

메시지는 ‘바이든 때리기’와 ‘2020년 대선 조작론’이었다. 그는 9ㆍ11 추모 영상 메시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비난하며 ‘패배 속 항복’으로 표현했다. 특히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나라의 지도자가 바보처럼 보였고 이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라.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거론하며 지지층 결집을 꾀한 것이다.

이어 플로리다에서 열린 전 권투 헤비급 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드의 경기 해설 과정에서 지난해 대선 결과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그는 본경기 시작 전 열린 다른 경기에서 심판들이 점수를 수정하기를 기다리면서 수년간 많은 나쁜 권투 판정을 봤다며 “선거와 같다. 조작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최고의 이목을 끌고 가장 길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 중 하나”라고 전했다.

대선 재도전을 향해 깃발을 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 CNN방송이 1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7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024년 대선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는 의견이 나뉘었다. ‘트럼프가 다음 대선 때 후보가 되는 것이 정권 탈환에 유리하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5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다른 후보가 지명되는 것이 당에 좋다’는 답변도 49%에 이르렀다.

CNN은 “‘다른 후보보다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는 것이 2020년 대선에서 당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답변한 공화당원 비율이 4분의 3을 넘었던 2019년 조사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차기 대선주자로서 믿음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는 뜻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