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는 추세다.
통상 거래가 줄었다는 것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 감소했다는 의미로 집값 하락 징조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성사됐다 하면 바로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현재 시장 상황은 정반대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166건이다. 아직 신고 마감이 보름 이상 남았지만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한달 평균 거래량이 많을 때는 지난해 1만 건을 넘었던 경우도 두 차례(5, 6월)나 있었지만 올해는 1월(5,798건)을 제외하고 매달 3,000~4,000건에 그치고 있다.
경기 지역 상황도 다르지 않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8월(12일 기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1,450건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거래량은 줄었는데도 집값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른다. 지난 6일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40%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4주째 유지했다. 매수 심리도 같은 기간 0.04포인트 상승해 103.8을 기록했다. 매수 심리는 ‘100’을 넘어설수록 매도자 우위, 못 미칠수록 매수자 우위 시장을 일컫는다.
실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는 올해 3월 19억 원대에서 매매 가격이 꾸준히 올라 지난달 7일 23억7,000만 원(25층)까지 찍었다. 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면적 84㎡는 올해 1월 29억5,000만 원(3층)에서 8월 37억5,000만 원(3층)으로 7개 월 사이 8억 원이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거래 절벽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로 재고 매물 부족을 꼽았다. 정부의 규제로 다주택자들은 임계점을 넘은 양도세 부담에 집을 파느니, 자식에게 증여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갔고, 1주택자들도 양도세 부담과 종합부동산세 경감 등으로 집을 붙들고 있어 시장에 재고 매물이 끊겼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수 감소세보다 매도세가 더 줄어들어 집값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이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구조로 바뀌다 보니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기준 금리가 올랐어도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수준보다 낮아 시장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다만 거래량과 상승폭은 약간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임대차 거래 10건 중 4건은 반전세 등 월세를 낀 계약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총 1만2,567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를 조금이라도 낀 계약은 39.4%(4,954건)였다. 이는 7월(35.5%)보다 3.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