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자리, 지역에서!] '뷰티' 에서 '공연'까지... 확장하는 장애인 일자리

입력
2021.09.13 04:00
13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자리 사업
코레일·ADT캡스 등과 협업 통해 네일리스트 양성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발달장애인 18명 채용, 공연
민간에서는 ㈜쿠팡과 손잡고 e-커머스까지 진출

지난 10일 서울 용산역 4층의 한 네일케어 매장. 입구에는 "전문교육을 받은 청각장애인 아티스트가 직접 케어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거치대가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두 명의 네일리스트가 손님의 손톱을 손질하는 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다른 네일케어 매장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서 근무 중인 네일리스트는 모두 청각장애인이다. 매장에서 만난 김모(27)씨는 "대학 졸업 후 3년 동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못 해 너무 힘들었다"면서 "첫 직장에 첫 출근했던 날의 기쁨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옆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윤모(23)씨도 역시 첫 직장이긴 마찬가지. 그는 "청각장애 탓에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장애인 직장=단순 노동현장’이라는 공식을 깨기 위한 노력이 공공과 민간의 협력 속에 이뤄지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공단)이 뷰티와 공연 등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는 '미래직무형' 일자리 발굴에 주력하면서다.

네일리스트 채용 사업은 공공과 민간의 대표적 협력 사례로 꼽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 KT, ADT캡스 등 12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이 손을 맞잡았다. 용산역의 경우, 코레일이 장소를 제공하고 보안 업체인 ADT캡스가 급여 등을 지원한다. KT는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마음 톡(TALK)’ 앱을 통해 매장 근무 직원의 의사소통을 지원한다. 지난 4월 문을 연 뒤 10명의 직원들이 하루 4시간씩 일한다. 용산역 외에도 부산역과 대전역, 익산역, 김천구미역에서 매장이 운영 중이고, 모두 22명이 일하고 있다. 내년에는 강릉역과 울산역 등 2곳에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다.

공공기관인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지난해 9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문화공연단을 창단해 주목을 받았다. 전기기설의 안전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장애인 채용 관련 업무 발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연 쪽으로 눈을 돌려 18명의 장애인을 채용했다. 지난 1월 시범공연을 시작으로 ‘젖은 손으로 전기 만지면 안 돼요’ ‘전깃줄을 잡아당기지 마세요’ 등 전기 사용 관련, 뮤지컬을 직접 제작해 연기까지 한다. 박철승 한국전기안전공사 기획부 차장은 "코로나19로 현장 공연은 힘든 상황에서, 영상물을 통한 홍보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47개 공공기관 등과 협업을 통해 장애인 483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민간에서는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으로 비약적인 성장 추세를 보이는 e-커머스 업체와 협력을 꾀하고 있다. 공단은 대표적으로 쿠팡㈜과 지난해부터 15개 직무를 새롭게 창출했다. 배송기사 출퇴근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배송원 파일럿'과 신입 배송기사의 회사 생활 적응을 지원하는 '배송원 멘토' 등 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372명의 장애인이 취업에 성공했다.

조향현 공단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직면한 장애인 고용 위기 타개를 위해 새로운 직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과의 협력에도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