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건물(지상 5층 지하 1층 ) 붕괴 사고 직후 철거업체 선정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자 미국으로 출국했던 조직폭력배 출신인 전 5·18구속부상자회장 문흥식(60)씨가 도피 석 달 만인 11일 경찰에 체포됐다.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6시 10분쯤 문씨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하자 법원에서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했다. 문씨는 붕괴 사고 발생 나흘 뒤인 6월 13일 미국으로 출국해 도피행각을 이어왔다.
문씨는 출국 직후 경찰이 자신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 신청을 한데다, 이달 12일로 3개월짜리 관광 비자가 만료되자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동안 문씨 변호인과 입국 시점을 조율해왔다. 문씨는 변호인을 통해 한 차례 자진 입국(지난달 14일)하겠다고 밝히고 비행기 티켓까지 구매했지만 돌연 귀국 의사를 철회했었다.
경찰이 이날 붕괴 사고 현장의 주택재개발정비사업(학동 4구역)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문씨를 체포함에 따라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경찰은 문씨가 이 사업과 관련한 각종 공사업체 선정에 개입해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7월 21일 구속된 폭력패거리 A(73)씨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017~2019년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부탁해 사업 구역 철거공사와 정비기반시설공사 업체로 선정되도록 해주겠다며 4개 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씨는 A씨와 공모해 철거업체 선정에 관여하고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A씨와 나눠가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문씨가 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결탁해 이권 개입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학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는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조합 설립에서부터 현재 조합장 측, 문씨, A씨 등과 공모하고 결탁했다는 의심을 받아왔고 관련 제보도 여러 건 있었다"며 "재개발조합 형성과 운영 과정의 비리를 수사하면, 현대산업개발 측의 역할과 이권도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