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충북 청주에서 성범죄 피해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의 유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과 동영상을 가해자 범행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유족 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며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숨진 A양의 유족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A양이 성폭행 피해 당일 친구와 나눈 SNS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에는 당시 성폭행 피해 상황을 언급하는 내용, 신고 후 생길 일이 걱정돼 갈등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A양은 친구에게 “꿈이 아니고 진짜였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음”이라고 두려운 마음을 전했다. A양은 당시 방 안 모습을 찍은 0.2초 분량의 동영상도 친구에게 SNS로 보냈다. A양과 친구가 SNS로 대화한 시기는 성범죄를 당한 직후인 1월 17일 오전 5시 30분부터 같은 날 낮 12시까지다.
A양 유족 측은 "추가 입수한 자료는 피해를 입증할 중요 증거가 될 것"이라며 검찰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그러면서 "A양은 성폭력 사실을 꿈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였으나 그 충격을 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하지만 더딘 수사와 또 다른 피해자인 친구 B양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더해져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B양이 유서를 통해 가해자인 계부 C씨의 결백을 주장한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유족 측은 "방송을 통해 (가해자인) 아버지(C씨)의 무죄를 주장하는 유서가 공개됐는데 A양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B양이 작성한 내용이라고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만약 B양이 누군가에 의해 원치 않는 유서를 작성한 것이라면 그 자체가 정서적 학대"라고 주장했다.
A양 유족 측은 특히 "수사를 통해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 이유와 책임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계속 동거하게 한 국가와 사회에 있으니, 즉시 아동 관련법과 사회 시스템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 측은 전 국민을 상대로 '오창 여중생 재판 및 입법 100만 탄원서' 참여운동도 전개한다.
A양은 성범죄 피해 신고 후 경찰 조사를 받던 5월 12일 친구 B양과 함께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C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의붓딸인 B양에게도 성폭행과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이 모두 숨진 상황에서 구속기소된 C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