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주요 지자체들이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 국비로 해당 지역을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광객 증가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사유재산 침해를 우려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이를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지정 여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9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부산과 대구, 경북 등에서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부산의 금정산이 대표적이다. 부산시는 지난달 26일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추진 자문회의’를 열어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금정산 국립공원 경계초안(예정 구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위원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공단이 진행 중인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조사 용역도 이달 말 완료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용역이 끝나는 대로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설명회와 공청회 등 지정 절차를 밟아 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존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지역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탐방 관광객의 대규모 유입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2012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팔공산 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지정을 재추진 중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다음 달 지정 건의에 따른 타당성 조사 용역계약을 맺고, 착수보고회를 열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현장조사를 비롯한 조사용역을 진행하고, 내년 1월 전략 환경영향평가 용역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왕피천과 불영계곡 군립공원을 합쳐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 울진군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국립공원 지정 건의를 할 예정이다. 울진군이장연합회는 이날 '왕피천·불영계곡 국립공원' 지정을 촉구하는 범군민 서명운동에 들어가는 등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남 신안군에서도 선도 갯벌의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보고회를 열었고, 앞서 관련 건의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들이 국립공원 지정에 뛰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효과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인건비와 시설비 등 연간 평균 150억 원의 국비가 투입된다. 북한산 국립공원의 경우 올해 57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예산절감 효과가 상당하다. 방문객 증가로 인한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광주 무등산의 경우, 연간 270만 명 수준이던 탐방객 수가 2013년 국립공원 지정 후 390만 명으로 늘었다. 강원 태백산도 2018년 국립공원 지정 이후 20만 명 정도 탐방객 수가 늘었다.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 중인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면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수는 국립공원 지정 지역 주변에 사유지를 소유한 주민 반발이다. 부산 금정산의 경우, 주변에 사유지를 갖고 있는 주민들은 물론 범어사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 팔공산의 경우도 최근 한 조사에서 토지 소유주 절반 정도가 재산권 행사 등에 지장이 생긴다며 국립공원 지정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왕피천과 불영계곡 주변의 울진 주민들도 최근 대규모 반대 집회까지 열면서 반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기존에 개발제한 구역이나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규제를 받는 지역 주민들이 국립공원이라는 규제가 더해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립공원 지정이 지역에 가져오는 혜택도 크지만, 사유재산과의 충돌로 갈등 소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