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장기 조세 정책방향으로 '상속·증여세(상증제) 과세 합리화'를 내세웠지만, 단기간에 제도 개편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속세 제도 개편을 둘러싼 찬반 입장차가 뚜렷하고,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찮은 수준으로 커지다 보니, 정부도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통해 “국제적 추세, 과세 형평성, 경제 활성화 등을 감안한 상증세 과세 합리화”를 중장기 정책 방향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상증세 과세 합리화에 나서려는 것은 세수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 대비 너무 높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상증세 세수 비중은 전체 세수의 2.8%,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이다. OECD 국가 평균 상증세 비중은 세수 대비 0.4%로 한국의 상증세 비중이 7배 더 크다.
인플레이션으로 주택 등 상속자산의 명목 가치가 높아지면서 상속세 납부 대상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정부가 세제 개편에 나서려는 배경이다. ‘고액 자산가에게 세금을 걷는다’는 도입 취지가 옅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02년 전체 피상속인(사망자) 중 상속세 과세 대상자 비중은 0.69%에 불과했지만, 2011년 이후 매년 2%를 넘고 있다. 2017년에는 3.04%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현행 상속세 제도가 2000년 마련된 뒤 22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장기 정책 방향으로 상속세 개편 논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제도 개편 등에는 주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찬반 입장차가 너무 크고, 상증세를 대체할 다른 세원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등은 지난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기업에 부담이 되는 상속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산 양극화가 더 커지는 만큼 오히려 상속세 등 자산과 관련한 세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전체 세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속세를 줄이기란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당장 내년 예산안에서도 상증세 규모가 전체 세수의 3.9%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상속세 제도와 관련한 연구용역이 10월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 실현을 위한 평가 방법의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