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병대 출신 30대 남성이 플로리다주(州)에서 무차별 총격을 벌여 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용의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파병된 참전 용사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병력 간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의 한 가정집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3명은 생후 3개월 아기와 엄마(33), 할머니(62) 등 일가족이었으며, 40대 남성 1명도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11세 아동이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다행히 회복이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용의자 브라이언 라일리(33)는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현장에서 체포됐다. 해병대 복무 후 전역한 그는 2008년 이라크, 2009~2010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돼 소총수로 복무했다. 군 생활을 마친 후에는 경호·보안 업체 등에서 일했고, 전과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보안관 그레이디 저드는 “라일리는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미국을 위해 일한 영웅이었지만, 오늘 아침 잔혹한 살인자가 됐다”고 말했다.
용의자와 피해자 간에 특별한 연결고리는 없어 수사당국은 라일리가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골랐다고 추정하고 있다. 다만 라일리는 전날 밤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당신의 딸 중 한 명과 이야기하라고 신이 나를 보내셨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상함을 느낀 피해자 측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라일리는 사라진 후였고, 다음 날 새벽 그는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라일리가 PTSD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주변인 진술을 확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라일리의 여자친구는 “폭력적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으나, 일주일 전부터 ‘난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고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일리는 체포 이후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투여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으며, 스스로를 ‘생존자(survivalist)’라고 지칭한 것으로 조사됐다. CNN은 “생존자란 일반적으로 사후 세계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저드 보안관은 ”우리는 전통적 범죄자를 다루고 있지 않다”며 “최소한 일주일 전부터는 그가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었다고 본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