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 '행복주택'을 비롯해 공공임대주택의 6개월 이상 장기 미임대 비율은 전용면적에 반비례한다. 50㎡ 이상은 미임대 주택이 하나도 없지만 면적이 좁아질수록 미임대가 쭉쭉 늘어난다. 저렴한 임대주택이라도 어느 정도 살 만한 공간은 확보돼야 한다는 의미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의 '질'은 외면하고 '양'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2020년 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공급된 행복주택은 총 6만7,711가구다. 이 중 6개월 이상 미임대는 8.2%인 5,518가구였다. 12개 행복주택 중 하나가 비어 있을 정도로 '놀고 있는 집'이 많다는 것이다. 공적임대주택 유형(다가구매입임대·국민임대·영구임대·공공임대 등) 중 공가율도 행복주택이 가장 높았다.
행복주택 공가율은 면적이 좁을수록 솟구쳤다. 전용면적 33㎡(약 10평) 미만인 10~20㎡의 공가율이 12.5%(2,086가구)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30㎡ 8.3%(2,172가구), 30~40㎡ 5.4%(1,223가구), 40~50㎡ 2.0%(38가구) 순이었다.
다른 공적임대 주택도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40㎡ 이하 주택을 최저소득계층 및 취약계층에 공급하는 '영구임대'는 지난해 신규 물량 4,049가구 중 18.1%인 781가구가 6개월 이상 장기 미임대 상태다. '다가구 매입임대'도 계약률이 100%를 넘는 청년역세권이나 기숙사형과 달리 신혼부부 유형의 계약률은 50%에 그쳤다.
증가세인 1인 가구 비중을 고려해 작은 면적 공급을 늘렸다고 해도 자녀가 있는 부부에게 10평 내외의 주택은 비좁을 수밖에 없다. 감사원도 지난달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보고서에서 "전용면적 36㎡ 이하 공공임대주택은 자녀를 양육하는데 협소하다"며 국토부 등에 개선을 권고했다.
현재 정부가 공급하는 공적임대 주택들의 면적은 국내 평균 주거면적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행복주택의 평균 주거면적은 27.4㎡로, 국내 가구당 평균 주거면적(68.1㎡)의 40.2%에 불과하다. 영구임대(27.8㎡), '국민임대'(44.0㎡)의 평균 면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스스로 공고한 '최저주거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3인과 4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은 각각 36㎡와 43㎡인데, 영구임대와 행복주택 모두 3, 4인 가구 평균 주거면적이 최소주거기준에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정책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양보다 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청년세대와 달리 다자녀 등 4인 가구 이상을 배려한 공공임대 물량은 매우 적은 상황"이라며 "어려운 문제지만 질과 양 모두 균형 있게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임대 등 중앙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식 공급 정책으로 지방과 세대별 시장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면서 "주택 바우처 등 수요자 보조 정책을 통해 시민이 원하는 집을 원활하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