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이 주도한 기업결합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등 대기업집단의 기업결합 건수와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공개한 '2021년 상반기 기업결합 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 공정위가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는 489건, 총 221조 원 규모다. 이 중 국내 기업 주도 기업결합은 30조2,000억 원(422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 기업의 기업결합은 190조9,000억 원(67건)이다.
국내 기업이 주도한 기업결합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18조8,000억 원)보다 60.4%(11조4,000억 원) 늘어났다. 상반기 기준 3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7년(41조5,000억 원) 이후 처음이다. 외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수혈하기 위한 비계열사와의 결합은 24조7,000억 원(321건)으로 그룹 내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계열사 간 결합(5조5,000억 원·101건)보다 규모가 더 컸다.
특히 대기업집단의 기업결합이 대폭 늘어났다. 대기업집단의 기업결합 건수는 19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05건)보다 87% 늘어났으며, 기업결합 규모는 8조9,000억 원에서 23조2,000억 원으로 160.7% 증가했다. 대기업집단의 기업결합은 전체 국내 기업결합의 76.8%를 차지한다.
상반기 공정위가 승인한 가장 큰 기업결합은 현재 해외 승인절차가 진행 중인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10조 원)다. 이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약 19%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2위에 오르게 된다.
롯데물산이 롯데쇼핑·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지분을 1조3,855억 원에 사들인 계약이 두 번째, IMM이 참여한 SK루브리컨츠의 프리 IPO(상장 전 자금 조달)이 1조937억 원으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해외에서도 기업 간 합종연횡은 활발하다. 올해 상반기 해외기업 주도 결합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129조8,000억 원)보다 61조 원(47.0%) 늘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알렉시온 파마슈티컬(미국) 인수가 44조 원, 미국 AMD와 자일링스의 합병이 40조 원 규모 ‘빅딜’ 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이 늘어났고 특히 비계열사와의 결합이 대다수로 나타났다는 점을 볼 때,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