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열흘 전 전달된 고발장…수세 몰린 윤석열 정치 공작?

입력
2021.09.04 04:30
여권 "당시 수세 몰린 윤석열의 정치 공작" 주장
"검찰 생리 잘 모르는 현실성 없는 얘기" 반론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형사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여권에선 윤 전 총장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등 여권의 공세에 맞대응하기 위해 총선을 앞두고 모종의 ‘정치 공작’을 꾸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김웅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알려진 시점 때문이다.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지난해 4월 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문제의 고발장이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15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를 열흘가량 앞둔 시점이다.

윤 전 총장은 당시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유착 의혹 보도로 여권의 공세를 받고 있었다. MBC는 지난해 3월 31일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고, 여권은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윤 전 총장을 공격했다.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는 페이스북에 “검언유착의 행각을 낱낱이 밝혀 뿌리를 뽑겠다”며 “검언유착의 빨대는 한 곳으로 누군지 다 아는 그 놈이다”라고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감찰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감찰은 사실이 확인되면 법무부가 해야 할 문제로, 사실관계가 진행되는 것을 주시해봐야 할 것 같다”며 힘을 보탰다. 추미애 장관 역시 “그냥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감찰이라든가 드러난 문제에 대해 여러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추미애 장관은 특히 취임 직후부터 조국 전 장관 일가 비위 의혹 수사를 강행한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취임 직후 검찰 인사를 통해 조 전 장관 수사를 이끌었던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윤 전 총장 측근들을 지방으로 보냈고, 조 전 장관 수사팀 및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진 울산시장 선거 수사팀을 사실상 해체했다. 수세에 몰린 윤 전 총장이 추 전 장관 및 여권에 맞대응하기 위해 야당을 통해 고발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형사고발 사주’ 의혹의 골자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선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검찰 생리를 전혀 모르는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시 야당이 고발을 했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총선 직전에 여권 인사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오해 살 일이라 검찰이 섣불리 나서지 못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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