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분양 완판 행진'과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 대책에도 주택시장 경기가 악화할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인 경기 전망치가 하락하면서 집값이 조정장에 들어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장은 기저효과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2일 발표한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에 따르면 이달 전국 HB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4.7포인트 하락한 81.1이다. 지난 6월 113.0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HBSI는 공급자 입장에서 주택사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공급시장 지표다. 전망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이고, 광역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80선을 넘겨도 '호조'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달만 해도 대구 등 일부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나타났던 경기 악화 전망은 이달 들어 전국으로 확산했다. 부산(106.6→76.1)과 광주(95.6→64.7)가 3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울산(100→73.3), 대전(100→76.4)도 2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지난달 112.5에서 이달 91.6으로 20.9포인트 하락하며 사업 기대감이 큰 폭으로 조정됐다.
이는 최근 주택시장 동향과 상반되는 흐름이다. 분양 열기가 들끓고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통상 호조 기대감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수요 초과 국면이 꺾이고 집값 조정에 들어설 조짐이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조정 가능성을 점치긴 이르다"면서 "당장은 기저효과 영향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재형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최근 공급 계획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업계 기대감이 급등했지만 실제 사업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는 점이 반영되면서 기대감이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현재 부동산 시장이 워낙 과열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해석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택사업 경기가 양극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형 연구원은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과 서울시의 정비사업 규제 정상화 움직임으로 현재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며 "최근 발표된 신규 공공택지 개발 계획도 수도권 위주라 비수도권 주택시장과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