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강세가 심상치 않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너무 많다. 댄서들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참가자들의 관계성이 풍부한 재미를 자아낸다. 쏟아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한껏 눈이 높아진 대중도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지난달 24일 첫 방송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는 2회 만에 최고 시청률 3.2%를 기록, 8월 4주차 비드라마 TV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면서 독보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우파'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여성 댄스 크루들이 모여 걸스힙합, 왁킹, 락킹, 크럼핑, 팝핀, 브레이킹 등 다양한 장르의 스트릿 댄스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전부터 좀처럼 한 자리서 볼 수 없는 댄스계 최강자들이 펼치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모였다. 특히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각종 댄스 대회가 중지, 관객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브라운관 속 퍼포먼스들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ITZY부터 트와이스 등 아이돌 안무가 리정이 속한 YGX, 청하의 안무팀 가비가 속한 라치카, 카이 댄서 노제가 리더로 있는 웨이비, 박재범 안무가 허니제이가 리더로 있는 홀리뱅, 아이키가 리더로 있는 훅, 댄서 효진초이의 원트, 리헤이의 코카N버터, 프라우드먼까지 8개 크루 모두 각기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우파'가 이처럼 단기간에 빠르게 화제성을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방송 전 선공개된 영상에서는 그룹 간, 개인 간의 갈등을 담으면서 뻔한 경쟁 구도가 예상됐던 터다.
과거 Mnet '언프리티 랩스타'는 참가진의 랩 배틀보다는 신경전에 초점을 맞췄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장, 이른바 '여자의 싸움'을 연상하게 했다. 당시 헤이즈 키썸 등 개성 있는 래퍼들이 무대를 선보였지만 대중에게는 "너희가 뭔데 날 판단해"라는 제시의 명대사만 남겼다.
악명 높은 '악마의 편집'이 다시 등장하리라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Mnet은 '프로듀스'와 '쇼미더머니' 시리즈를 연출하면서 연출 짜깁기, 대본과 억지 설정 등으로 없던 갈등을 창조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악마의 편집'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프로듀스' 역시 투표 조작으로 사회적 파문을 자아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었던 지점이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스우파'에는 리더와 팀원들의 우애, 또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서사와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면서 여성 팬들의 마음을 단숨에 잡았다. 퍼포먼스만큼이나 뜨거운 참가진의 매력이 프로그램 고유의 색채로 이어진 지점이다.
'스우파'가 그간 Mnet이 선보였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보다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드라마틱한 서사다. 분량 조절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그룹 아이즈원 출신 원트 이채연의 성장 서사는 분명 눈부시다. 이채연은 약자 지목 배틀에서 4연패 이후 첫 1승을 거머쥐었고 서바이벌 속 성장 드라마를 그렸다.
또 과거 한 크루에 속했지만 오해로 인해 긴 시간 멀어졌던 로잘린과 립제이의 대결 역시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허니제이와 리헤이의 5년 만 같은 무대 역시 명장면으로 꼽히면서 입소문에 힘을 실었다. '쇼미더머니'의 디스전에서는 볼 수 없는 경합, 또 눈물의 화해가 전파를 타면서 '스우파'만의 고유성이 더욱 박수를 받았다.
오랜만에 만난 '맵고도 달콤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물론 잡음은 있다. 그룹 NCT 태용의 심사위원 자질 논란이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제기됐고 이채연의 성장 스토리에 치우치며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지켜볼 여지는 충분하다. 앞으로 어떤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선보일지 기대감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