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실화 왜곡 등 사실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연달아 지탄을 받았다. 대중은 과거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우면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에 역사 콘텐츠를 다루는 제작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논란을 방지하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드라마국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역사 왜곡 파문으로 드라마가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방송국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난 3월 방송된 SBS '조선구마사'는 태종의 학살 등을 언급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시청자들은 실존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비판했고 끝내 폐지 수순을 밟았다. 당시 SBS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지만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취소를 결정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른바 '조선구마사' 사태로 방송사들은 역사 콘텐츠에 대한 고증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논란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됐다. 시청자들의 파워가 제작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강해졌기 때문이다.
논란 이후 다시 퓨전 사극 드라마를 선보이게 된 SBS는 극도로 조심하는 눈치다. '홍천기'의 연출을 맡은 장태유 PD는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기 위해 원작의 시대적 배경을 가상 국가로 설정, 판타지 장르에 무게를 실었다. 아울러 실존 인물과 지명도 가상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예능도 실화를 소재로 사용했다가 불똥이 튀었다. MBC '심야괴담회'는 씨랜드 화재 사건을 이야기 주제로 삼았다가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1999년 6월 30일 유치원생 19명을 비롯해 총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씨랜드 화재 사건을 두고 무당이 굿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지적했고 유족들 역시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이런 식으로 사용될 줄 몰랐다. 내용 중에 과장된 것이 많다. 그 주변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이들을 위한 굿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측은 "씨랜드 참사가 잊히지 않고 계속 추모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면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려던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tvN '벌거벗은 세계사'도 역사 고증 오류로 인해 몸살을 크게 앓고 재편을 감행한 바 있다.
대중의 예리한 잣대는 현재 진행 중이다. JTBC 새 드라마 '설강화'는 방송 전부터 소재와 스토리라인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1987년 6월 항쟁을 다루면서 남파 간첩과 안기부를 미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남파 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내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를 두고 JTBC는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면서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또 극중 캐릭터의 이름과 설정이 민주화운동가 천영초를 떠올린다는 지적을 수용, 캐릭터의 이름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드라마 혹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 역사 왜곡, 사실 고증 오류 등 꼬리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주홍글씨가 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한 소재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한 번의 논란이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지며 시청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 방송 관계자는 "앞서 인기를 끌었던 '간 떨어지는 동거' '빈센조' 등 작품들도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존 설정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 '조선구마사' 당시 시청자들의 반응이 사회적인 이슈로 이어지면서 민감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창작자 입장에서 지금 당장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땐 한국 역사 기반의 건강한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이와 같은 논란의 배경은 시청자들의 높아진 시선이다. 대중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자체적인 검열이 진행된다. 이후 일부의 논란 제기가 온라인 커뮤니티 확산까지 실시간으로 빠르게 이뤄지게 된다. 역사 콘텐츠를 다루는 창작자에게 더욱 세심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