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연쇄살인범 구속… 경찰, 신상공개 절차 착수

입력
2021.08.31 17:15
영장심사 출석 과정에 취재진 향해 폭언 
취재용 마이크 집어던지거나 걷어차기도
"사회가 x 같아서" 남 탓하다 "피해자들엔 죄송"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성범죄 전과자 강모(56)씨가 31일 구속됐다. 경찰은 강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논의할 심의위원회를 구성할지 검토에 착수했다.

서울동부지법 심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강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전날 살인과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로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와 법원을 오가면서 시종일관 폭력적인 태도를 보였다.

오전 9시 51분쯤 검은색 상하의에 회색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채 송파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그는 형사들과 법원으로 이동할 호송차로 향하다가, 취재진이 범행 동기 등을 묻자 대답 없이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둘렀다. 그는 가까이 따라붙은 기자의 마이크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호송차에 오르던 도중엔 "기자들이 보도를 엄청 좋아해서 그렇지, 진실을 알아야지"라고 소리쳤다. 함께 탄 형사들이 문을 닫으려 하자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고 고함치기도 했다.

오전 10시 10분쯤 서울동부지법에 도착한 뒤에도 취재진이 범행 동기 등을 묻자마자 "이 XX놈이 보도나 똑바로 해"라며 기자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찼다. 그는 형사들이 자신을 법원 건물로 끌고 가는 과정에도 몸부림치며 취재진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영장실질심사 종료 후 법원에서 나와선 자신의 범행이 사회 탓이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냐"라고 묻자 "내가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당연히 반성 안 하지. 사회가 X 같은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에겐 죄송하다"며 모순된 말을 덧붙였다.

경찰은 강씨에 대해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구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르면 심의위가 구성되기 위해선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일 것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 공공 이익에 부합할 것 등의 기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경찰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경찰에 따르면 심의위 구성 여부는 늦어도 이번 주 내로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심의위에서 신상 공개 결정을 내리더라도 피의자가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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