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 비교적 등한시 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중후반 단계를 뜻하는 종반전이다. 실제로 이창호 9단이 등장하기 전까진 전무하다시피 했고, 그 이후에도 이창호 9단의 ‘끝내기’로 강조된 덕분에 여전히 빛을 바랬다. 사실 이창호 9단이 세계를 제패한 비결은 종반전에서의 끝내기 설계다. 끝내기 상황에서 이득이 될 형태로 종반을 두어가는 것이 이창호 9단의 최대 강점이었다. 특히 끝내기 실수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요즘 프로대국에선 종반전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많이 보고 두어보는 것이 유일한 공부법이다.
미세한 장면에서 두어진 백3, 5는 백11을 선수하기 위한 과정. 1선에 젖혀 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흑은 흑12로 받아야 한다. 흑14는 반상최대. 백은 백15, 17로 중앙을 연결할 수밖에 없다. 이때 흑18이 아쉬운 실수. 9도 흑1이 컸다. 백4에 끊는 것은 흑5가 성립해 실리로 큰 타격이 없는 모습. 실전 백19에 백돌이 놓이자 흑의 찬스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실전 백21로는 신진서 9단이 미처 못 본 묘수가 숨어있었다. 바로 10도 백1의 끊음이다. 흑2로 받을 때 백3을 연결해, 백7의 건너붙임을 노릴 수 있었다. 만약 흑2로 반대로 단수 친다면 그 자체로 1과 ⅓집 이득. 이런 와중에 패착이 등장했다. 바로 실전 흑30. 백33 자리에 둘 장면이었다.
정두호 프로 3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