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급감과 13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국내 사립대학에서 지난해에는 기부 모금액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립대가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교비회계 적립금은 전년보다 소폭 올랐다. 2017년 관련법 개정으로 사용이 제한되면서 ‘쓸 수 없는’ 적립금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1일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21년 8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년제 사립대학이 걷은 기부금은 5,619억 원으로, 전년(6,307억 원)보다 688억 원(10.9%) 감소했다. 2년 전인 2018년 4년제 대학의 총 기부금은 6,016억 원이었다.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대면활동, 모금행사가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이는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이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사립전문대의 기부금 총액은 373억 원으로, 전년도 534억 원보다 30.1%(161억 원) 급감했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이 쓰지 않고 쌓아둔 교비회계 적립금은 7조9,316억 원으로, △2018년 7조8,198억 원 △2019년 7조9,186억 원보다 소폭 늘었다. 교육부는 “적립금 출처가 다양해 명확하게 어떤 이유로 증가했는지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적립금 용도가 제한되면서 학교 뜻대로 쓸 수 없는 적립금이 늘어난 결과"라고 말한다.
대학 적립금은 사용처에 따라 건축·장학·연구·퇴직·특정 목적으로 구분된다. 교육부는 2016년 말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적립금 중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 적립금을 없애고 기금 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힌 ‘특정 목적 적립금’을 만들었다. 특정 목적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2조963억 원(26.4%)이다. 건축 목적 적립금(3조6,726억 원‧46.3%)에 이어 두 번째 규모를 차지한다. 장학 목적 적립금은 1조3,577억 원(17.1%), 연구는 7,247억 원(9.1%), 퇴직은 803억 원(1%)이다.
대학들은 적립금 용도를 모두 정해 놓는 바람에 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예컨대 1억 원을 기부받는다면 대개 원금을 쓰지 않고 이자 수입으로 1년에 학생 2, 3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기부약정서를 쓴다. 이 적립금 원금을 장학금 용도 외에는 쓸 수가 없어 ‘쌓아두기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홍규 전 대교협 사무처장은 “적립금 상승은 쌓아둔 적립금의 이자가 붙은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0년 4년제 일반대·교육대 196곳의 장학금 총액은 4조6,714억 원으로, 전년(4조6,389억 원)보다 325억 원(0.7%) 증가했다. 학생 1인당 장학금은 연간 333만5,000원이며, 이는 전년(327만4,000원)보다 6만1,000원(1.9%) 증가한 액수다.
2019년 발표된 ‘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사학혁신 추진방안’의 후속 조치로 사립대 총장, 학교법인 이사장과 상임이사의 업무추진비도 이번 공시에서 처음 발표됐다. 전국 156개 사립대 총장·이사장·상임이사의 올 상반기(3~6월) 업무추진비는 총 7억3,118만8300원이다. 수도권 대학 65개교는 이들의 업무추진비로 3억5,606만900원을, 비수도권 대학 91개교는 3억7,512만7,400원을 썼다.
학교당 한 학기 평균 업무추진비를 직책별로 보면 △총장 361만7,300원 △이사장 86만6,000원 △상임이사 20만3,800원이다.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쓴 대학은 한신대(2,675만9,000원), 가장 적게 쓴 대학은 한세대(10만 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