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원들도 수긍한 '조희연 부당채용'… 공수처 1호 사건 기소되나

입력
2021.08.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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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심의위 개최… "기소해야" 과반
공수처, 내달 초 수사 결과 발표 전망
기소 권한은 없어 최종 처분은 검찰 몫
조희연 측 "의견 진술 기회 달라" 반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에 대해 공수처 자문기구인 공소심의위원회가 "기소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공소심의위가 공수처 의견에 힘을 실어주면서, 기소까지는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공수처 공소심의위는 30일 오전 10시부터 5시간가량 회의를 열고 조 교육감의 특채 의혹 사건을 심의한 결과, 조 교육감과 전 비서실장 한모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 기소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공소심의위는 공수처 사건의 공소제기 적절성 등을 심의하는 기구로, 법조계와 학계 등 10명 이상의 외부 심의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날 회의엔 위원장인 이강원 전 부산고법원장을 비롯한 재적위원 11명 가운데 7명이 출석해 과반 찬성으로 기소 의견이 모아졌다. 공수처는 이 같은 의결 내용을 참고해 조만간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조희연 "의견진술권 보장하라" 반발

조 교육감은 2018년 6월 중등교사 특채 과정에서 담당 결재라인 공무원들(부교육감, 교육정책국장, 중등교육과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전 비서실장을 시켜 해직교사 5명의 채용을 밀어붙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날 공소심의위엔 조 교육감 수사를 이끈 공수처 수사2부 김성문 부장검사가 출석해 그간 수사 내용을 설명했다. 수사팀은 △조 교육감 압박으로 실무자들이 결재라인에서 빠졌으며 △한 전 비서실장이 특채 심사위원 선정에 관여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육감 측은 그간 △실무자들은 스스로 결재를 회피한 것이고 △특채가 적법하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반박해 왔다. 특히 의견 진술권을 보장하는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언급하면서 "공소심의위가 피의자 변호인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검 수사심의위와 공수처 공소심의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수사심의위와 달리 공소심의위 규정엔 사건 관계인 의견 청취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측이 공수처에 제출한 의견서도 이날 위원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기소 여부 최종 처분은 검찰에

공소심의위 의결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공수처는 조만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게 확실시된다. 공수처가 고른 첫 번째 사건이란 상징성이 큰 데다,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공소심의위 결론으로 수사 정당성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르면 내달 초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기소 권한이 없기 때문에 조 교육감을 법정에 세우려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해야 한다. 공수처가 검찰에 "기소 결론을 따라야 한다"고 요구할 근거는 없다. 기소 여부에 대한 최종 처분은 물론 기소 후 공소유지도 검찰이 맡게 된다.

공수처와 검찰이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지'를 놓고 충돌을 빚을 수도 있다. 공수처는 검찰이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공수처에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공수처와 재차 대립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섣불리 수사 관련 주문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교육감 측은 이날 공소심의위 결과가 발표된 뒤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가 수집된 증거와 변호인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 측은 31일 변호인 의견진술권을 보장한 상태에서 공소심의위를 다시 개최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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