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스가 日 총리 향해 “보고 싶은 것만 보나” 쓴소리

입력
2021.08.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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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2)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례적으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출구가 보인다”는 지난달 발언에 대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냐”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30일 마이니치신문과 닛칸스포츠 등에 따르면, 무라카미는 전날 방송된 ‘무라카미 RADIO’의 ‘오늘의 말’ 코너에 스가 총리가 지난달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한 모두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스가 총리는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은 전 세계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도 시작되고 긴 터널에 드디어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발언했다.

무라카미는 이 발언을 전한 뒤 “만약 출구가 정말로 보이고 있었다면, 스가씨는 나이에 비해 몹시 시력이 좋은가 보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나는 스가씨와 동갑이지만 출구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 듣는 귀는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눈만은 괜찮나 보다. 혹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일까?”라며 스가 총리의 낙관론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실에선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어떻게든 최대한 활용하고, 정말로 출구가 보일 때까지 잘 살아 남도록 해나갈 수밖에 없다. 음악이든 고양이든 차가운 맥주든 커피든 무엇이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활용해 달라”라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청취자들에게 건강 유지와 감염 방지를 호소했다.

도쿄FM에서 2018년 8월부터 방송을 개시한 ‘무라마키 RADIO’는 애초 부정기 방송이었지만 올해 4월부터 매월 마지막 일요일 밤마다 방송되는 정규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전날 방송은 27회로, 전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음악’의 신청곡을 받아 방송하는 특집으로 꾸몄다. 무라카미는 집필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자신의 소설을 해설하거나 소설의 한 구절을 낭독하기도 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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